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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방 종업원 피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7일 새벽 3시 30분쯤 서울 남대문로 3가 11 금은보석상인 황금당(주인 유지만·27)에 26세 가량의 괴한이 침입, 가게 안에서 잠자던 종업원 유한룡씨(25)의 가슴 양쪽을 예리한 칼로 찌르고 뒤통수를 벽돌로 쳐죽이고 앞문으로 달아났다. 죽은 유한룡씨는「팬츠」바람에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안쪽 금고 앞에 반듯이 누워 숨져 있었으며 바닥엔 온통 피투성이로 진열장까지 피가 마구 튀어 있었다.
검찰은 현장검증 결과 금은보석 등 1천여 만원 어치가 들어 있는 높이 2m 폭 80cm가량의 금고 문은 굳게 닫힌 채 무사했으며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10여 개의지문이 남아 있는 것으로 미루어 우선 금은보석을 노린 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검찰은 지문을 모두 채취. 치안국에 조회하는 한편 없어진 물건이 있는지 계속 조사중이다.
왼쪽 진열장 사이에 침대를 놓고 잤던 종업원 문남수군(16)은 17일 새벽 3시 30분쯤 소란 결에 잠을 깨어보니 갈색「스웨터」에 머리가 텁수룩한 25세 가량의 괴한 1명이 왼손에는 칼을, 오른 손에는 벽돌을 들고 유씨와 격투를 벌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군이 이를 보고 놀라 벌떡 일어나자 괴한은 『죽인다. 자라』며 쥐어박는 바람에 무서워 그냥 이불을 뒤집어쓰고 드러누워 있다 아침 8시쯤 일어나 보니 유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 곧장 길 건너편에 있는 남대문로 3가 파출소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장에서 벽돌만 발견, 칼은 찾지 못했으나 범인이 도망가면서 죽은 유씨의 검정「오버」를 입고 갔다는 것을 캐냈다.
경찰은 일단 보석을 노린 살인사건으로 보고 있으나 ①황금당 출입문이 부서져 있지 않고 ②범행시간인 새벽 3시쯤엔 함부로 문을 열어 주지 않고 ③최근 새벽녘에 더러 얘깃 소리가 들려왔었다는 이웃 금은상 유림당 종업원 지동주군(19)의 말 ④피해 품이 없다는 점을 미루어 면식범에 의한 원한 살인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죽은 유씨는 주인 유지만씨의 6촌 동생으로 2년 전 주월 백마부대서 상병으로 제대, 고향인 전남 여수서 지내다 1년 전 상경, 줄곧 황금 당에서 월급 2만원을 받고 일해왔다.
죽은 유씨의 친구 조윤익씨(26·종로구 종로 3가 제빵공장 직원)에 의하면 유씨는 내성적이어서 온순한 편이었으나 강단이 있어 경우에 틀리는 것을 보면 그냥 넘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씨는 또 술·담배도 안하며 교우관계도 별로 없었다고 한다.
유씨의 아버지 유민현씨(60·성북구 중계동 43통 6반)와 어머니 문맹심씨(54)는 방송으로 아들의 피살 소식을 듣고 이날 정오쯤 황금당에 달려와 『내 아들을 누가 죽였느냐』며 울부짖고 있었다. 문군은 주인 유씨의 생질로 사건 전날인 16일 황금 당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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