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탈피 안간힘....인쇄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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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가장 긴 역사를 간직했으면서도 가장 오랜 기간 침체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이 인쇄업계다.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 50년이나 앞서 금속활자를 발명한 인쇄 기술을 자랑으로 간직하기엔 지금의 우리 나라 인쇄업계는 기술 및 자재면에서 너무 뒤져있다.
전국 1천4백여 인쇄공장 가운데 4색도「오프세트」기를 가진 업체는 광명·삼화·평화당 등 3개 사에 불과하고 「그라비야」인쇄기는 광명에 의해 이제 겨우 도입될 단계에 있는 실정이다.
인쇄업계의 성장이 타 업계보다 느린 것은 인쇄업 자체가 지니는 특성인 수주업체라는 점, 국내 인쇄수요가 적다는 점, 그리고 인쇄업계 내부의 과당 경쟁 등에 연유한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수출용 포장을 만드는 것이 인쇄업인 반면, 명함 한 장 찍어내는 것도 인쇄업이기 때문에 인쇄업체는 전국적으로 난립해 있고, 또한 전국 1천 4백여 업체 중 3분의 1이 넘는 약 5백개 업체가 서울에 몰려있다.
인쇄조합에 가입돼 있는 업체의 구성을 보면 자본금 5천만원 이상이 겨우 7개사, 3천만원-5천만원 24개 사, 그리고 1천만원 이하가 1백 6개 사이며 시설규모·종업원 구성면에서는 대규모 업체가 4개사, 중규모가 25개사, 소규모가 1백 24개사로 돼 있다.
외형거래고를 통한 전국 인쇄업체의 「랭킹」은 1위가 광명으로 69년의 외형 거래고는 6억 2천만원, 삼화가 2위로 5억 2천만원이며 따라서 광명·삼화 두 업체가 사실상 우리나라 인쇄업계를 주름 잡고 있는 셈이며 과당 경쟁에 이기기 위해 낡은 기계 대체 등 무리한 기술혁신을 통한 시설투자로 타인자본의 비중이 너무 커진 동아출판사와 대한교과서는 은행 관리의 비운을 겪고 있다.
큰 업체의 주된 경쟁은 정부기관의 간행물, 대기업의 상품선전과「캘린더」등의 인쇄물을 얻기 위한 싸움으로 집약되는데 국내 인쇄 수요 증가의 「템포」가 느리기 때문에 광명·삼화 등「헤비」급 인쇄업체는 새로운 수요 창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명은 이미 일본「철판 인쇄사」와 55% 대 45%의 비율로 김포가두에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한일 합자 인쇄공장(자본금 30만불)을 건설 중이며 4월부터 가동될 이 공장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그라비야」인쇄술을 개발, 지금까지 일본에 의존해 왔던 수출용 포장상품을 인쇄하게 된다.
또한 광명·삼화 등은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국내 최초의 원색 인쇄실시, 최초의 조판수출을 기록한 삼화는 지난 69년 중 15만「달러」를 수출했으며 올해는 21만「달러」를 수출할 계획이고. 광명은 작년에 30만「달러」수출에 이어 올해는 50만「달러」의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새로운 수요창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쇄의 3요소로 불리는 기술 자재 시설 중 기술 자재면의 후진성은 인쇄업 전체가 겪고 있는 문젯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술 개발을 위해 큰 기업체에서는 기술자의 해외파견 훈련 등으로 대처하고 있으나 자재면에서는 종이·「잉크」등의 질이 나쁘고 값도 비싸 외산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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