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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주민 500명 합심, 계단에 아름다운 그림 수놓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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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동덕초 학생들과 교직원, 학부모들이 벽화가 완성된 계단 위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동덕초등학교(교장 홍철화) 교내에 있는 계단 벽화가 화제다. 학부모와 학생, 지역주민들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완성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계단 벽화는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후원을 받아 보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됐다. 벽화작업에 참가한 인원은 500명이 넘는다. 6일 아산 탕정면에 위치한 동덕초를 찾아 벽화작업에 참여했던 학생과 학부모·교직원들을 만나봤다.

“학교 전체가 산뜻해졌어요. 제가 벽화작업에 참여해서 그런지 보기만해도 흐뭇해요.”

“벽화가 그려지기 전 계단(스탠드) 주변에는 쓰레기도 많고 지저분했어요. 하지만 이젠 너나 할 것 없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요. 오히려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곤 하죠.”

이날 오전 11시.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자 하늘색 바탕으로 그려진 커다란 벽화가 눈에 띄었다. 방과후 교육을 참여하기 위해 방학임에도 학교에 나온 아이들은 벽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벽화의 면적은 총 1000㎡. 아산 관내 초등학교에 그려진 벽화 중 가장 크다. 벽화에는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표현돼 있었다. 밑그림은 삼성디스플레이 측에서 초빙한 전문가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으며 페인트칠 등의 모든 작업은 교내 학생들과 학부모 등이 지난달 9일부터 시작해 지난달 23일 완성했다.

이 벽화는 학생들에게 즐거운 봉사활동 체험 제공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목적으로 시작된 삼성디스플레이의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사업의 일환이다. 또한 올해 4월부터 추진 중인 ‘우리 지역의 학교는 우리가 가꾼다’라는 동덕초등학교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다.

보름간의 작업, 아이들을 변화시키다

이 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이도경(13)양은 벽화를 볼 때마다 미소가 절로 난다. 학생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양은 벽화작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어둡고 칙칙한 교내 스탠드 계단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계단이 낡고 노후 돼 보기 흉했어요. 특히 비가 오는 날에는 나뭇잎이 떨어져 미관상 더 좋지 않았죠. 벌레들도 많이 다니고 지저분하다 보니 아이들이 쓰레기를 많이 버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학생회장이 된 후부터는 ‘계단이 어떻게 하면 깨끗해질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이양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도움으로 스탠드 계단에 벽화작업을 실시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자신도 적극 참여하겠다며 봉사활동을 신청했다. 벽화작업을 실시하는 도중 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이양은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에 몰두했다. 자신의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리는 지도 모르고 오로지 학교를 새 단장하기 위해 보름간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 구슬땀을 흘렸다.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계단에 색을 입히고 그림이 하나씩 완성되자 기분이 좋았어요. 장마철에 시작해서 비가 많이 와 작업이 늦춰지기도 하고 고생도 했지만 멋진 모습으로 재탄생 돼 기뻐요. 이제 제가 직접 새롭게 꾸민 이 계단에서 남은 기간 좋은 추억을 쌓고 싶어요.”

이양은 앞으로 고생해서 완성한 벽화인 만큼 후배들도 깨끗이 관리해줬으면 좋겠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탕정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김나미(14)양. 김양은 자신의 모교에 벽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친동생에게 듣고 벽화작업에 참여했다고 했다. 김양 역시 방학기간임에도 초등학교에 나와 이양을 비롯한 후배들과 함께 작업에 몰두했다.

“힘들었지만 동생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기뻤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에 들러 벽화를 보면서 쉬고 싶네요.” 이양과 김양처럼 벽화작업에 적극 참여했던 5학년 박차람(12)양도 “친구와 언니 오빠들과 함께 벽화작업을 하다 보니 협동심이 생긴 것 같다”며 “벽화를 계기로 학교가 더 예쁘게 단장됐으면 좋겠다”고 흐뭇해했다.

아산 동덕초 계단벽화 전경. 벽화의 배경은 하늘색으로 했으며 운동회의 모습이 그려졌다.

바쁜 시간 쪼개 참여한 학부모들

벽화가 완성되기까지는 학부모들의 노력도 한 몫 했다. 홍성옥 학부모 회장을 필두로 100여 명의 학부모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벽화작업에 참여했다. 특히 홍 회장은 벽화작업이 진행되는 20여 일간을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 작업을 주도하는 열의를 보였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잖아요. 당연히 학부모가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할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의 정서함양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소 홍 회장은 학교 봉사활동이나 행사에도 적극 참여해 다른 학부모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참여자 김미현 학부모는 “홍 회장이 언제나 적극적으로 학교 일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던 찰나에 벽화작업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며 “평소 직장에 다니느라 자녀와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아 기쁘다”라고 말했다.

 홍철화 교장은 “참여해준 학부모들과 학생, 이웃주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앞으로 벽화의 관리는 우리 학생들 몫이라고 생각한다. 깨끗하게 관리해서 우리학교가 지역의 명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시행중인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 사업’은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해 아산 관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일정부분의 금액을 지원해 교내의 노후화된 시설 등을 새 시설로 교체해 주는 사업이다. 동덕초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지원 사업을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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