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서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검약과 근면의 나라 서독의 어머니들은 그 자녀들이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세계의 어느 나라 어머니들보다 엄격하게 간섭하고 훈련시키고 있다. 가정과 학교의 단단한 테두리 속에서 부지런한 국민의 수업을 받고 있는 이들의 생활을 그곳 고등학교에서 직접 가르치고 온 한우근 교수 (성신여 사대·독문학)와 7년간 외교관 부인으로 서독에 머물렀던 정영숙씨 (외무부 정보문화국장 박창남씨 부인)에게서 들어본다.
서독의 어린이들은 국민학교 4학년이 되면 앞으로 대학에 진학 할 것인가, 기술 계통으로 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물론 전적으로 부모들의 의견이 작용한다. 대학으로 갈 어린이는 4학년을 마치면 「김나지움」 (9년제·우리의 중고교에 해당)에 가고 기술 계통이나 그대로 사회에 나갈 어린이는 국민학교를 계속하여 8학년을 졸업한다. 「김나지움」에 가는 어린이는 약 40%로 보고 있다. 길거리에서 남녀 학생들이 어울려 가는 뒷모습을 보면 누가 여자인지 얼른 구별하기 힘들다고 한다. 건장한 모습은 「스키」와 각종 「스포츠」로 단련되어 연약한 자녀들과 고민하는 동양 어머니들의 부러움을 산다. 주말이면 「스키」를 멘 학생들로 거리마다 즐거운 행렬을 이룬다.
이들은 주말과 방학을 위해 용돈을 아낀다. 부모들의 엄격한 감시 속에서 빠듯하게 용돈을 타 쓰는 이들에게 저축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다과점 출입 같은 것은 상상도 못한다. 교통비를 아끼고 어떤 학생은 교과서도 학교 비치용을 빌어보고 책값을 저축한다고. 간혹 주말이나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도 있다. 아기 보는 일이나 집 청소를 도와 주고 3백원∼4백원정도를 받는다.
『먹고 싶으냐』『추우냐』는 등 따뜻한 말은 하는 일이 없는 엄한 어머니 밑에서 독립성과 근면을 배우는 이들은 부지런하기로 유명하다. 차 속에서 여학생들이 뜨개질을 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일. 자기 옷은 물론 「크리스머스」나 생일 선물은 으례 자기가 직접 만든 털옷이나 인형 같은 것을 선물한다. 양말도 자기가 손수 꿰매 신고 부엌 살림 솜씨도 어머니 못지 않다고.
부모들이 자녀 친구들을 초대했을 때 이들 여학생들은 들어서자마자 부엌으로 달려가 『뭣 좀 도울 일이 없나요』라는 식의 말부터 한다. 접시를 나르고 저희들끼리 나눠 먹으며 즐긴다. 그리고 이들이 헤어져 돌아가고 난 뒤는 말끔히 치워진다. 자기가 먹은 접시는 다 부엌에 옮겨 놓고 어질러 놓은 것은 다 치우기 때문이다.
「김나지움」의 경우 대개 오전 수업만 한다. 오후 시간은 학교공부 (숙제가 무척 많다)나 집안 일을 거든다. 구미 학생들이 그렇듯이 어릴 때부터 일찍 자는 버릇이 배어 있는 이들은 밤늦게 나다니는 일이 없다. 생일「파티」나 교내 「카니벌」을 제외하곤 야간 외출은 엄격히 제한된다.
모든 일에 부모의 허락을 맡아야 하는 이들은 「댄스」학교에서 사교춤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남학생들과 사귀고 있다. 물론 유흥장 출입은 못한다. 방학 때의 여행도 거의가 부모의 감시 속에 가족들과 하고 고학년이 됐을 땐 학교 친구들끼리 가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