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삶의 길 밝히는 지혜의 등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인문정신문화계 인사들과의 오찬회에 참석해 자리를 권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종호 연세대 석좌교수, 박 대통령, 임돈희 동국대 석좌교수,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인문정신문화계 인사들과 만났다. 하반기 국정운영에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에서 가진 휴가 뒤 첫 간담회였다.

 박 대통령은 오찬 간담회를 시작하며 “인문학은 인간을 이해하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삶의 길을 밝혀주는 지혜의 등불로, 저도 과거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절을 보낼 때 고전인문학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고는 1시간45분 동안 역사교육과 한·중·일 관계, 통섭(統攝)과 융합 등 다양한 주제로 13명의 참석자와 대화를 이어갔다. 다음은 주요 대화내용.

 ▶이시형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장=언어폭력이 너무 난무해서 사회의 질이 크게 저하했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박 대통령=언어는 흔히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하지 않나. 말과 생각이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간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들었다.

 ▶박범신 소설가=민족적 증오심은 문화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저는 정치권에는 기대를 안 한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문화뿐이다.

 ▶손승철 강원대 교수=조선시대 500년간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왕래하면서 전쟁을 빼면 굉장히 평화로웠다. 요즘 이야기로 조선의 인문학을 일본에 전달했던 게 아닌가.

 ▶김원중 건양대 교수=진시황, 한나라 고조, 당태종 등 수많은 중국 제왕들을 보면 문화를 중시하고 융성한 제왕들은 결국은 그 나라가 오래 유지가 됐고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대부분 오래가지 못했다. 갈등관계와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혁신전략이 어떤 인문학, 수많은 중국의 고전 속에 숨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박 대통령=거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인문, 문화적인 접근이다. 중국 학자와 한국 학자가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해 나가는 것이 두 나라 사이에 신뢰를 쌓아가면서 동북아의 큰 공동체로서 기운을 싹 틔우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정진홍 중앙일보 논설위원=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결합하는 가장 좋은 사례가 장인이다. 장인 프로젝트를 좀 더 구현해야겠다.

 ▶박 대통령=문화적인 바탕이 없이는 창조경제 자체가 불가능하다.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는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 가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김기현 서울대 교수=앞으로 20∼30년 뒤에 중국이 엄청난 경제대국이 됐을 때 과거 중국의 역사를 보면 주변국들에 대해 가졌던 문화적 패권주의가 강하다. 이 때문에 한국의 주체성이나 정체성을 확립하지 않았을 때 올 재앙도 대비해야 한다. 결국은 가치관, 인문의 역할이다.

 ▶박 대통령=사람이 병균이 없어서 병이 안 걸리는 게 아니라 항상 병균도 있고 바이러스도 있지만 몸이 튼튼하고 기초체력이 튼튼할 때는 (병이) 안 걸린다. 기초가 약해졌을 때 문화도 침식을 당하는 거 아닌가. 작은 나라가 참 끈질기게 수많은 침략을 당하면서도 5000년의 역사를 이뤄온 것은 결국은 인문학적인, 문화적인 힘이다.

  간담회에는 유종호 연세대 석좌교수,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 임돈희 동국대 석좌교수, 김언호 한길사 대표,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 정민 한양대 교수, 이인화 소설가 등도 참석했다.

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