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없는 입학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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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을 비롯, 올해 중학무시험 진학제에 따라 입학한 10개 도시 21만여명의 중학 신입생들은 3일 일제히 입학식을 가졌으나 시설·교원등 아직도 평준화되어 있지 않은 불공평한 환경속에서 똑같은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됐다. 특히 일부신설 중학교는 운동장과 부대시설은 물론 교실마저 완공되지 않은 채 개학, 수업을 다른 학교에서 하거나 반을 합쳐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10개 도시에 신설된 55개교 가운데 일부 사립중학은 교실과 운동장등을 제대로 갖추고「스쿨·벗」까지 마련하는등 교육에 열의를 보이고 있으나 대부분의 중학교가 교실만 지어 놓은채 운동장을 비롯, 교구·교재·특수시설·울타리·화단등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신설학교 책임자들은 올해부터 학교 육성회비 이외의 잡부금을 걷지 못하게 되어 학교자체수입에 의한 평준화는 바라기 어렵다고 말하고 변두리 신설교에 대한 집중적인 국고보조를 바라고 있다.
더우기 이같이 시설이 미비한 중학에 자녀를 보낸 학부형들은『당국이 입버릇처럼 내세우던 평준화가 전혀 돼 있지 않음은 무시험 추첨 진학제의 불공평성을 뜻하는 것으로 빠른 시정을 요구』하고『평준화가 안 되는 자녀들은 등교시키지 않겠다』고까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 본 시설·교원·통학상황은 다음과 같다.
【서울】신설된 공·사립 남녀12개교는 입학식날인 3일까지 겨우 건물을 세우고 책상·의자·흑판등 최소한의 시설만 갖추었을 뿐 학습에 필요한 교재·교구·특수교실등은 학생들이 입학한 다음에야 갖추어 질 것 같다.
신설 모중학교(동대문구)의 경우는 들판에 교실 몇개만 지어 놓은데다 벼 포기도 파내지 못한 논바닥에 교문을 세웠을 뿐 길도 안 내놓았고 4일이 개학인데도 운동장은「불도저」가 파헤친 자리에 물이 괴어 웅덩이를 메우느라고 법석이었다.
올해 신설된 12개교중 3개의 사립학교는 당장 필요한 교실외에 도서실·재봉실·음악실·미술실등의 특수교실까지 마련했으나 9개 공립학교는 전혀 특수교실을 마련하지 못해 증축공사가 끝날 늦가을까지는 미술·음악·고학·공작등 교육은 제대로 실시하지 못할 형편이다.
동대문구의 어느 여자중학교의 경우 4백61명 학생에 운동장은 겨우 농구「코트」2개 정도밖에 안될 정도로 좁았다.
사립신설학교는 대부분 1대씩의「스쿨·버스」를 원거리 통학생들을 위해 마련했으나 공립중학교 학생들은 이와같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기설 중학에는 최신 과학교육방법(IPS)을 쓰고 있으며 각종 특수교실이 완비된 곳이 많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부산】시교육위는 무시험 진학실시에 앞서 10개중학을 신설했으나 중심가 부지확보가 어려워 모두 변두리 산중턱에 세워졌다.
사상중학교는 개학날인 3일현재 1학년 교실도 80%밖에 안되어 당분간 다른 학교교실을 빌리거나 운동장에서 공부할 형편이며 S여중·D중등은 산중턱을 깎아 공사중이어서 운동장은 물론, 진입도로가 진흙탕이 되어서 발을 옮기기 어려울 지경이다.
【대구】도교육위는 작년 한햇동안 시내 38개 남녀중학교의 시설 및 교원평준화 작업을 했으나 변두리 신설교는 과학실험시설등 특수시설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광주】시내 3개 선설중학은 운동장 시설이 엉망, 단 한가지의 운동기구도 없다.
【전주】전주 S중등 2, 3개 공립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가 교지를 비롯, 교구·교재·특수교실등 부대시설이 기준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특히 D중등 3개교는 학교주위에 부지가 없어 운동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신설된 Y중과 I중은 10km가 넘는 먼거리 통학생이 많고 아직도 운동장 정비와 울타리·화단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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