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암중모색의 양독 해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3월중 동[베를린]에서 [슈토프]동독수상을 만나기로 했다는 [브란트]서독수상의 발표는 두 개의 독일사이에 어떤 움직임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물론 [빌리·브란트]수상과 그의 측근각료들이 적어도 그들 자신의 세대와 다음세대는 [아데나워]시절에 생각되었던 방법에 의한 독일통일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믿고 있으나 조그마한 기대를 갖게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브란트] 수상은 지난 1월21일 미국TV망을 통해 피력했던 그 자신의 견해가운데 요점을 추려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되풀이했는데 통일문제에 대해서 그는『국가단위로 되어 있는 두 개의 독일을 단순히 하나로 묶는 형태의 통일은 가까운 장래에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통일』에 관한 대목이 미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됐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서 말한 것은『나는 독일의 통합을 믿는다. 그러나 한개의 국가구조로서 이루어지는 것은 불필요하다. 다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유럽]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이 말은 다분히 암시적인 것이다. 야당의 [프란츠·요세프·슈트라우스] 같은 사람은 [브란트]정부의 이러한 태도가『둘 혹은 그 이상의 뜻을 갖는 말장난』이라고 개탄했다. 사실[브란트] 수상이 모든 속셈을 터놓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는 다음 총선거를 1년 앞둔 1972년까지는 동독을 법적으로 승인하고 그에 앞서 [오데르·나이세]를 독·파 국경선으로 승인할 준비를 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만한 이유는 많다.
이 문제에 대한 홍보책임은 정부가 관장하고 있는 언론기관과 공보성이 맡고 있는데 그 책임자는 [브란트] 수상의 가까운 친구이며 정부대변인인 [콘라트·알러스]다. [브란트]수상은 또한 [라디오]·[텔리비젼]·신문·무역연합·대학 그리고 교회들이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리라고 계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감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브란트]수상에게는 매우 신중을 요하는 일이다. 어려움은 우선 내각에서부터 생기기 시작한다.
[헬무트·슈미트] 국방상, [알렉스·뮐러] 재무상, [게오르크·레빌] 운수상등 사민당 소속 각료와 [요세프·에르토르] 농림상등 자민당 소속 각료들은 똑같이 [브란트]수상과 [발터·셸] 외상이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의회내에서 [브란트] 정부붕괴의 기회를 노리는 사람이 [슈트라우스]한 사람만은 아니다.
[브란트] 수상과 [셸] 외상이 자신들의 정책이 옳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몇 가지가 필요하다.
즉 소련인이 독일연방공화국에 대한 개입권을 부인하고 [폴란드]가 독일계 주민들의 출국을 허가하고 서[베를린]의 자유가 보장되고 동독인들이 사람과 상품의 왕래에 대한 제한을 완화한다는 것 등이다.
지난 2월11일 서독내각은 [빌리·슈토프] 동독수상이 2월19일이나 26일에 동[베를린]에서 [브란트]수상과 만나고자 한 공식 논쟁에 대해 어떻게 답변할 것인가 논의했다.
이 각료 회의에서 서독내각은 양쪽 수뇌이 모임을 3월의 둘째 주일이니 셋째주일에 갖기로 결정, 이들 [텔리프린터]로 동독에 알리고 이 회담을 준비하기 위하여 서독관리들이 23일이나 27일 동[베를린]에 가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울브리히트]는 동독이 법적승인을 고집하고 서독은 전제조건 있는 회담을 배격하고 있어 양독 수뇌회담에서 극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