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생무기 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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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닉슨」미국대통령은 15일 미국이 가지고 있는 화·생 무기를 모두 폐기하고 앞으로의 생산도 일체 중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닉슨」대통령의 이와 같은 선언은 17일부터 재개되는「제네바」 25개국 군축회의를 앞두고 화·생 무기에 대한 미국의 폐기 의도를 천명하는 것인 동시에. 작년 11월2 5일에 있었던 그의 화·생 무기 불사용 선언에서 일보 전기하여 이 폐기를 선언하는 것이다.
현대 무기체계에서 화·생 무기는 핵무기에 필적할 대량살상 무기로 되어있다. 군사 과학자들은 화·생 무기 가운데서도 특히 생물(세균)무기는 장차 그 어떤 무기보다도 가공할 무기가 될 것임을 예언하고 있다. 화·생 무기는 공히 무차별적 대량 치사성 무기일 뿐만 아니라,현재로서는 거의 제어 불가능의 무기로 간주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세균무기는 세계적으로 전염병을 만연시키고 인간의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지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찌기 1925년의「제네바」의정서에서도 화·생 무기의 전쟁 사용을 금지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조치였다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화·생 무기의 개발·생산·저장 등은 그 옛날에 비길 바는 아니다. 그러한 무기의 존재는 인류의 불안과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는 것이며 그것이 사용될 잠재성 또한 현저하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화·생 무기의 가공성에 대한 인식과 그것을 폐기해야 할 필요성은 과거보다 훨씬 증대되고 있으며, 화·생 무기를 금지하자는 국제적인 여론은 날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었다. 작년 7월 2일「우·탄트」「유엔」 사무총장은 화·생 무기의 영향과 위험성에 대한 조사보고를 종합하여 각국에 효과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작년의「제네바」군축 회의를 비롯해서 「유엔」총회에서는 유례없이 화·생 무기 금지문제가 거론되었으며, 마침내「유엔」총회에서는 ① 『화·생 무기 사용이 1925년「제네바」 의정서에 위반』된다는 「스웨덴」, 인도, 「브라질」등 21개국 결의안 ②『각국은 「제네바」의정서를 비준할 것, 「탄트」총장의 생·화 무기 보고를 널리 알릴 것,「제네바」군축위에 대해 화·생 무기 금지조치를 합의하도록 검토하여 25차 「유엔」 총회에 보고할 것』 등을 요청하는 미·영·소 등 36개국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보아 화·생 무기를 폐기하자는 국제적인 여론과 요청은 절대적인 것이며, 각국이 그에 순응하고 협조해야 할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한국이 직면한 정세를 볼 때, 그 동안 널리 보도된 것처럼 한국은 새삼· 북괴의 세균전 획책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북괴가 일본 상사에 대해 세균주를 발주했다는 사건이 폭로되고, 작년 서해안에서 만연됐던「콜레라」의 전염경위로 미루어보거나, 또는 북괴 집단은 그 어떤 국제법이나 국제관례도 예사로 유린 파괴하고 있는 처사로 보거나, 그들이 이러한 세계 조류를 역행, 세균전을 획책할지도 모른다는 개연성은 높은 것이다.
북괴의 세균전획책에 대해서는 우리만의 규탄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규탄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북괴의 세균전 획책에 대해 우리는 과학적 군사적 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은 물론, 그것을 세계에 폭로하여 북괴의 만행 국제적으로 규탄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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