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노믹·애니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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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노·히꼬히로」(좌야 언홍)의 발언은 충격적이다. 11일 밤 본사 동경 특파원과 단독 「인터뷰」에 응한「사노」는 모든 사실을 시인했다. 「사노」는 일본의 대 북괴 밀수 주범. 지난 3년 동안 그는 무려 스물 두 차례나 청진·원산 등을 왕래했다. 북괴로부터 세균주의주문을 받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37세의 청년 실업가. 유전주식회사의 사장이다. 서울 태생으로 청섭(지금 청파) 국민 교 3년까지 다녔다. 그러나 일본인임엔 틀림없다.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전전했을 뿐이다. 그의 상행위로 보면 전형적인「호모·외코노미쿠스」(homo-oeconomicus). 이 말은「경제인」이라고도 번역되나,「영리인」쪽이 제 뜻에 더 가깝다. 영리적 계산에만 살고 죽는「샤일럭」같은 인간형.
이것은 근대사회의「부르좌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두드러진, 인간유형이다. 고전 경제학파들은 감히 다루지도 않던 족속이다. 그러나 근대경제학에 있어서는 경제적 합리주의를 이와 같은 유형에서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론 전개의 기본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따라서「호모·외코노미쿠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이고 영리에만 급급 한다. 인간 행위의 동기는 오로지 여기에만 있는 것 같이 생각한다. 따라서 청교도적인 학자들은 쾌락주의적 관찰이라고 오히려 경멸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호모·외코노미쿠스」의 고향은 서양인 것을 주목할만하다.「휴머니즘」의 전통에 젖고, 또 그 향수를 즐겁게 간직하려는 서양인들은 스스로「외코노미쿠스」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이른바 식민지 경영에 대한 자성과 비판이 양식가들에 의해 꾸준히 지켜지고 있는 것은 그런 향수의 일말일 것이다.
일본은 명치의 개화 바람과 함께 서양의 영향을 만끽했다. 사실 오늘의 번영은 서양적인「패턴」을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상행위의 동기를「냉전체재」에서 찾고 있는 그 기발한 상혼은 놀랄만하다.「정경분리」라는「캐치프레이즈」의 그 재치만 보아도 알 수 있다.「사노」의 경우는 서구적「호모·외코노미쿠스」에서「휴머니즘」을「마이너스」한「신종」이다. 이것이「이커노믹· 애니멀」이다. 세균주를 상품으로 할 수 있다는 그 사고 방식 더구나 그는 적대 감정의 틈바구니에서 하다못해 전화번호부까지도 밀매하는 그 상술은 실로 신종의「패턴」이 아닐 수 없다.「사노」는 어쩌면 일본인의 그 특유한 일본적 상혼을 대표하는 한 전형인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한 국민에겐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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