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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관제|행정기구 개편의 핵심-그 운영 방법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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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는 작년 말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정부 각 부처의 직제 개편 작업을 급속도로 진행시켜 문교부를 필두로 l2일 현재 총무처, 보사부, 교통부, 철도청, 국세청의 직제를 개정 공포했다. 이 밖에도 대부분의 부·처가 이미 직제 개정 초안을 총무처에 넘기고 있어 오는 3월말까지는 당초 예정대로 개편 작업이 모두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 작업의 핵심은 중앙 행정기관의 모든 계를 없애고 집행 기능이 작은 과들을 폐지하는 대신 「담당관」을 신설하며 그에 따라 남아돌아 가는 4, 5급 하위직의 정원을 하부기관으로 대폭 이양하는 것. 이것은 개정 정조법이 중앙 기관의 최하 보조기관으로 종래의 계장에서 과장으로 높이고(2조2항) 『장·차관과 차장·차관보·실장·국장(외국을 포함)밑에 이를 직접 보좌하는 담당관을 둘 수 있게』(2조3항) 한데 근거를 둔 것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담당관제」의 도입이다. 이것은 국장∼과장∼계장으로 연결되는 전통적, 관료적인 계선조직의 취약성을 보완, 수시로 변동하는 새로운 상황과 행정소요에 민감하게 대처하면서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관리자 정신에 입각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전문적 막료로서 정책의 입안 내지 수립을 보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64년에 기획 관리관 제도 채택에서부터 이 제도를 사실상 부분적으로 도입, 69년에는 각 부처에 비상 계획관을 두었으며 경제기획원의 예산 관리관과 물가 대책관, 농림부의 농업 개발관과 수출 진흥관, 교통부의 종합 수송관 등이 선구적인 형태를 보였다.
정부는 이번 직제 개편작업에서 담당관의 정의를 ①보조기관이 아니며 ②정책수립·연구 및 조사의 기능을 담당, 장·차관이나 차장·차관보 또는 국장을 「보좌하는 공무원」의 성격으로 하되 반드시 「담당관」이란 명칭을 쓸 필요는 없는 것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3급은 「××담당관」, 2급은「×××관」(예 예산관리관)으로 하도록 내규를 정했다.

<「태스크·포스」제의 시험>
그러나 우리가 이 같은 담당관 제도를 구체화하고 앞으로 운영하는 과정에 있어 시한을 못박아 지나치게 서두름으로써 착실한 사전 준비를 갖추지 못한 채 졸속에 흐르는 감이 없지 않은 것 등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첫째는 이미 몇 개 부처의 직제 개정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의 과를 폐지하는 대신 그 업무를 담당관에게 맡겨 「××담당관」이다는 식으로 분야를 고정시키는 것.
원래 담당관 제도의 이상은 정책 수행 과정에서 집행부서의 기능으로는 해결키 어려운 특별한 과제들을 소수의 「브레인」으로 하여금 정리·해결케 하는 것이다. 행정의 발전 과정에 맞춰 신축성 있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면 분야별 기능을 고정시키지 말자는 것이 제도의 취지이다.
따라서 대통령령으로 업무내용을 못박지 말고 부처별로 필요한 만큼의 담당관 「티오」만을 몇 명씩 「풀」로 정해 주어 장관이 그때그때 필요한 과제를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견해가 있다(서울대 행정대학원 박동서 교수). 미국의 [태스크·포스](task force 특별작업반)형식이 적당치 않을까 하는 견해인 것이다.
둘째는 이 제도를 직접 운용할 고위 관리층의 자세 문제이다. 갑작스런 제도 도입으로 상위자로부터의 사전 훈련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를 배치하여 그들로 하여금 정책을 입안케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즉흥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뒤치다꺼리나 맡기게될 염려가 없지 않은 것이다.
5·16후 채택된 기획 관리실제도가 지금까지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 그 한 예로 지적될 수 있다. 박동서 교수는 이 점에 대해 『특히 우리 나라처럼 대부분의 정책 과정이 상위자로부터 하향식으로 내려지는 풍토 속에서는 모처럼의 이상적인 제도가 유명무실화할 우려도 없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직시 되면 부작용 우려>
세째로는 담당관 자리가 한직시 될 가능성이다. 결재권이 있는 자리라야 인기가 있게 마련인 현실 풍조를 완전히 씻어버릴 수 없는 한 결재권이 없고 민원업무와는 거리가 먼 그 자리에 과연 유능한 「브레인」이 앉겠느냐는 점이다. 인사권자도 이 점 때문에 아끼는 부하는 그 자리에 앉히지 않으려는 경향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만약 담당관 자리가 한직시 되는 현상이 또 나타난다면 모처럼의 제도가 외부 사람에 의한 관료 조직 침식이나 엽관 운동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담당관에게 인사면에서 충분한 배려를 해주고 처우와 업무분장에서 제도적 취지를 살려 유능한 직업 공무원이면 누구나 그 자리를 선망하게 하는 등 운용상의 묘가 얼마나 발휘될지 주목된다. <신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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