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직전의 「마르쳉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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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련정부에 맞서 자유를 위한 투쟁을 벌인 끝에 정치범으로 투옥되었던 소련의 청년작가 「아나톨리·마르쳉코」가 건강의 악화로 죽음일보전의 상태에 있음이 최근 서방에 흘러들어 온 「모스크바」의 한 보도에 의해 밝혀졌다.
당년 32세의 「마르쳉코」는 이미 67년과 68년 두 차례에 걸친 대수술과 여섯 차례에 걸친 수혈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적이 있지만 이번에 다시 그 정도의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도저히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것이다. 「마르쳉코」는 소련의 수용소와 감옥의 실태를 낱낱이 파헤친 『나의 증언』의 작자로서, 이 책은 작년 영국에서 번역 출판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투옥된 직후부터 뇌막염으로 고통을 받아 왔었는데 당국의 치료를 외면해 귀머거리가 됐고 최근엔 장출혈이 겹쳐 빈사 상태에 있다는 것.
그가 세 번째로 2년간의 중노동형을 선고받은 것은 작년 8월이었고 재판이후 서부 「우랄」지방의 「솔리캄스크」에 있는 형무소에서 형을 치르고 있는데 최근 「마르쳉코」의 중태를 보도한 「모스크바」의 비관영 신문 「크로니클」지는 그의 공판 내용까지 상세하게 보도하여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마르쳉코」에 대한 재판은 작년 8월26일 수용소가 밀집해있는 「페름」지방의 한복판 「나이로브」에서 열렸다. 「크로니클」지는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재판은 죄수들과 몇몇 관리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형식상 공개로 열렸다. 「마르쳉코」에 대한 죄목은 「마르쳉코」가 소련군의 「체코」진입을 불평했다는 것이었다.
「세도프」와 「드미트리옝코」 두 간수가 엿들었다는 「마르쳉코」의 발언 내용은 「소련군대는 「탱크」로써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체코」에 파견되었다. 소련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표현의 자유도, 출판의 자유도, 창작의 자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공산주의자들은 나의 피를 몽땅 마셔버렸다」는 것이었다. 증언에 나선 「드미트리옝코」는 앞서의 불평하는 소리를 틀림없이 들었으나 막상 「마르쳉코」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 불평은 「마르쳉코」가 한 것이 아니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측의 증인으로 출두한 몇몇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마르쳉코」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했으며 이들의 증언 내용은 한결같이 전후 모순된 것 이이었다는 것이다. 「마르쳉코」는 시종 「무죄」를 주장했고 이것은 수용소 안의 KGB(비밀경찰)인 「안토노프(증인으로 나서서 「마르쳉코」가 그렇게 말한 것을 들었다고 증언)의 모략이라고 주장했다고 「크로니클」 지는 덧붙였다. 결국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에 의심을 할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따라 「마르쳉코」는 복역 중에 다시 2년의 중노동형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런던타임즈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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