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괴위성] 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소련의 우주선 파괴용 인공위성 개발은 가공할 일이다. [뉴요크·타임즈]지는 이미 그 계획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전한다. 소련은 벌써 오래 전에 [수폭위성]도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역시 [뉴요크·타임즈]지의 보도였다. (67년10월17일자)
지난해 가을, 소련이 [코스모스·시리즈]의 하나로 무인위성 [도킹]을 시도했던 것은 수상쩍다. 그것은 앞서 궤도에 진입시킨 X위성을 추적, [도킹]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이것은 별로 큰 문제는 아니다. 상대위성의 궤도만 캐치하면 된다. 그러나 그 목적은 끝내 수수께끼였다. 이제 그 위성의 이용도가 밝혀진 셈이다.
소련이 우주경쟁의 [갭]을 그런 것으로 채우려는 시도는 오히려 가소롭다. 미국위성의 독주에 스스로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도 같다. 마치 경주에서, 앞서가는 선수의 뒷발을 걸려는 심리나 다를 바 없다.
미국에도 이와 비슷한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발을 서두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른바 [디펜더] 계획. 이 위성은 우주를 배회하는 어떤 종류의 위성도 감시할 수 있다. 필요하면 뒷덜미를 잡을 수도 있다. 모두 무인위성인 것이 공통점이다. 공격용임을 서로 암시해준다.
이것은 중대한 문제이다. 지상의 적대감정을 우주에까지 끌어들이려는 것은 새삼 인간부재를 절감하게 해 준다. 인간의 영감과 지혜는 살육과 파괴에 목적이 있지는 않다. 우주개발은 인류의 찬가 속에서 인간의 위대성을 증명해 주었다. 그러나 결국은 그것을 인류공격의 목적으로 전용하려는 것은 인간 모독이다.
미국과 소련은 67년1월27일 우주천체 평화이용 조약을 조인했다.
이것은 동년 10월10일부터 발효했다. 이 조약의 제4조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조약의 당사국은 핵병기 및 타 종류의 대량파괴 병기를 운반하는 물체를 지구궤도에 실어 보내 이와 같은 병기를 천체 상에 설치한다든지, 또는 다른 어떠한 방법에 의해 서로 이와 같은 병기를 우주공간에 배치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따라서 [저지·감시·파괴]를 목적으로 한 위성의 개발은 그 조약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우주에서 평화목적이 아닌, 마치 유도탄의 개발경쟁과 같은 악순환이 거듭된다면, 그 배신감에 대한 인류의 울분은 참을 길 없다. 인간의 슬기가 미지의 무한 우주를, 다만 실락원으로 만든다는 생각은 너무나 허무하기 짝이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