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물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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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빛나는 태양광선,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은 인류의 생존에 필수 불가결한 3요소이다. 의식주에 앞서 자연은 이들 혜택을 인간에게 주었건만 사람들은 이것조차 잘 보존하지 못하고, 고층 [빌딩]을 지어 태양광선을 막고 매연을 뿜어 공기를 오탁하게 하며 공업용 폐수와 하수를 마구넣어 물을 썩게 하여 인류의 생존에까지 위협을 주고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 3요소의 원활한 공급이야말로 인류의 최저한의 욕구충족이요, 시정의 최저 목표가 되어야 하겠다.
그런데 서울시의 물 사정은 어떠한가. 물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겨울철에도 상수도가 완비된 중심권내에서 조차 시민들은 갈증을 면할 수 없는 형편이요, 변두리나 고지대에서는 단수된지도 이미 오래라고 한다. 목마른 시민들의 아우성 속에 서울시장은 취임후 처음으로 저자세로 나와 서울시 수도사정의 애로를 해명했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27일 김시장은 요즘의 수도사정의 악화는 갈수기로 수원지의 채수가 부진한데다 5천6백㎞에 달하는 전 서울시내 급 배수관의 80%가 30년이상 노후한데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 상수도가 처음 놓인 것은 지금부터 60여년전 미국인이 놓은 것인데 30년이상의 노후 수도관이 80%나 있다는 사실은 서울시가 신규급수관 매설작업에만 치중하고 노후 급수관은 해방후 한번도 대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이들 노후 급배수관 때문에 누수 율은 30·7%에 달한다고 한다. 서울시는 그 동안 상수도시설용량의 증대에만 노력하고 누수방지나 노후 급배수관 대체에는 손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수자상의 시설용량은 느나 사실장의 급수사정은 조금도 좋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작년 6월말까지 식수문제를 [완전해결]한다고 장담하고 1백13만톤 생산을 호언장담했었다. 그러나 실제시설은 13만톤에 불과했으며 올해의 계획량인 98만톤이 설사 성공한다해도 1백25만톤밖에 되지 않게 된다. 이것이 완성된다고 해도 누수율 30·7%를 계산하면 실제 급수가능량은 87만톤에 불과하다. 이를 식수로만 돌려 5백만 서울시민이 전량 소비한다해도 1인당 1백75리터밖에 안 된다. 미국은 1인당 6백리터를 기준으로 급수계획을 짜고 있는 것을 서울시장도 모를리는 없을 것인데 이로써도 충분하다고 생각되는지 묻고 싶다.
서울시의 변두리의 수도사정은 더욱 말이 아니다. 서울시의 급수인구는 현재 3백73만명 밖에 안되며 백만명가까이가 급수혜택을 못 받고 있다. 수유지구, 송파지구, 영동지구, 김포지구등은 급수전이 하나도 없고 서울시가 자랑하는 남서울의 봉천·신림지구와 구로지구 등은 명색만의 수도시설이 있을 뿐이다. 봉천·신림지구의 10여만명의 급수인구에 8백가개의 급수전 밖에 없다는 것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수도전 3만개를 늘리기로 했다고 하는바, 이것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전체 수도전은 33만전밖에 안되어 변두리에 소유되는 40만전의 수도건설은 방치상태에 놓일 수 밖에 없어 여름철의 갈수 현상과 전염병만연은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서울시의 도시계획입안자들은 무엇이 선결문제인가의 식별 능력조차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사람의 생존요건인 물사정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주제에 도시인구의 집중을 막고 도시인구의 분산을 위하여 남서울을 개발한다든가, 세계일류의 대 동물원·관광공원·도로등을 건설하겠다고 하고 있는 것은 정책실천의 선후가 너무나도 전도된 것 같다.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최저한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하여 우선 물사정만이라도 연내에 해결해 주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후 급배수관을 빠른 시일안에 대체 하여야할 것이요, 생산용량을 늘리고 변두리마다 심정호를 파거나 지하수를 양수하여 보조수원지를 개발, 변두리 시민에게도 갈증을 면해 주어야만 할 것이다. 서울시 수도행정의 일대혁신을 바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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