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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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민의 영양부족 현상은 새삼 우울한 일이다. 우리나라 국민1인당 하루 평균 영양섭취량은 2천1백만칼로리. 이것은 기준 권장량인 2천4백칼로리 보다 거의 3백칼로리가 부족한 것이다.
그나마 이런 「데이터」가 밝혀진 것은 건국후 처음이다. 무려 20여년동안 국민은 만성적인 영양부족에 걸려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다. 누구나 언제 한가하게(?)영양 따위에 관심을 가질 겨를도 없었다. 그만큼 각박하고 초조한 나날을 살아온 셈이다.
영양부족은 우선 조로현상을 빚어낸다. 의학자의 임상보고에 따르면 그 최초의 신호가 40대에 나타난다. 의욕이 없고 매사가 성가시다. 공자의「사십 불혹」은 영양실조 속에선 별로 실감이 없다. 「사십 고희」라고나 해야할지….
불혹이라면 세상만사에 미혹하지 않다는데서 나온 말이다. 그러려면 육체적인 활력이 뒷받침 되어야할 것이다. 어느나라의 경우든 40대는 국민의 활력소이다. 바로 이「활력국민」 이 피곤에 지쳐있다면 그것은 국가적인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영양은「부족현장」과「부조현장」,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부족현장은 헐벗고 굶주리는 상태에서 일어난다. 엄격히 말하면 「부조」현장이 지배적이다. 영양섭취에서 두려운 것은 바로 이「부조」이다. 영양의 조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을 때 우리 몸에선 「사이드·이펙트」(부작용)가 하나, 둘 고개를 든다.
가령 한국사람이 겨울에 감기에 많이 걸리는 것은 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여름엔 보리등 잡곡을 섭취함으로써 영양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겨울 봄철엔 백미에 의존하기 때문에 풍토병에 약하다는 것이다.
영양소라면 열량소와 보존소, 조절소로 나눈다. 보존소는 「칼슘」과 같은 뼈를 보호하거나 장기를 유지해주는 영양을 말한다. 조절소는 「비타민」등속. 기계로 치면 기름에 해당하는 영양이다.
문제는 열량소이다. 열량으로 보면 쌀의 경우 1g당 4칼로리 밖엔 없다. 그러나 육류의 경우 9칼로리나 된다. 가령 양·염소·토끼와 같은 초식동물은 온순하다. 하지만 육식을 하는 사자·호랑이를 보라. 사뭇 공격적인 맹수들이다. 음식물의 차이일 것이다.
현대의 경쟁사회에서 「에네르기쉬」한 시민이 아니고는 생존에 앞장 설 수 없다. 국민의 「에네르기」는 바로 국가의 「에네르기」이기도 하다.
영양학자들은『영양식은 곧 돈(금전)』이라는 주부들의「딜레머」를 깨우쳐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영양은「좋은 음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고른 음식」을 뜻하기 때문이다. 범국민적인 「에네르기」「메뉴」는 과연 없는가. 실로 심각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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