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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불복이다 vs 왜곡하지 말라 … 장외투쟁 기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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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투쟁에 나선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광장에서 현장의원총회를 마친 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 대표 오른쪽은 전병헌 원내대표(왼쪽 사진).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서울 관악구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정상화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뉴스1]

장외투쟁 첫날인 1일 민주당은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의원총회를 열었다. 최고기온 섭씨 32도, 땡볕 더위 속 콘크리트 바닥 위에 세워진 천막 안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접이식 의자에 의원들이 모여 앉았다. 의원총회엔 소속 의원 127명 중 82명이 참석했다.

 김한길 대표는 “새누리당의 국정원 국정조사 농단에도 국기문란 사건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며 “국정원은 정치개입을 했고 경찰은 은폐를 했다. 국정원이 국조를 회피하기 위해 정상회담 회의록을 불법으로 공개해 한국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망가뜨렸다”고 비난했다. 이어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정상회담록이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캠프에 유출됐고 이를 대선에 활용했다”며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진실을 외면할수록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6명의 의원들이 차례로 발언한 후 의원총회는 30여 분 만에 끝났다.

 이후 의원들은 4개 조로 나눠서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내용이 담긴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더위 때문인지 의총이 끝난 후 많은 의원들이 현장을 떠났다. 오후 11시40분쯤 되자 약 30여 명의 의원이 홍보물을 배포하고 있었다. 새누리당이 장외투쟁을 ‘대선 불복 운동’이라고 몰아세운 데 대해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배재정 대변인은 “민주당은 한 번도 대선 불복을 얘기한 적이 없다”며 “새누리당이 그렇게 왜곡시키고 싶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 김 대표는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와 간담회를 했다. 시국회의는 참여연대·진보연대·민교협·민변·인권연대·기독교대책회의·한국청년연대·통일연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박석운 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민주당이 이제 광장투쟁에 나왔으니 토요일(3일) 오후 7시 촛불집회에 적극적 동참을 요청한다”며 “따로 또 함께 하는 투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촛불집회에는 “당 차원이 아닌 의원 자율적인 결정에 맡기겠다(김관영 수석대변인)”고 밝혀 선 긋기를 했다. 대선 불복 구호가 난무하는 집회에 당이 공식적으로 참석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김 대표는 “3일 오후 6시 청계광장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촛불집회를 열겠다는 얘기다.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주도해온 문재인 의원은 이날 장외투쟁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 의원 측은 “부산 지역구에 머물고 있다”며 “향후 일정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화록 문제 등으로 본인이 공식적으로 당 행사에 참여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거 같다”며 “지도부와 상의해 참석을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노무현계의 좌장 격인 이해찬 의원, 반노(反노무현)의 대표 격인 조경태 의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행사에 앞서 몇몇 의원들은 서울광장 주변에 차를 대놓고 그 안에 들어가 더위를 피했다. 교통경찰이 “차를 빼라”고 하자, 몇몇 보좌관이 항의하면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오후 7시30분쯤 50~60대로 보이는 남녀 20인 정도가 서울시청 앞 기자용 천막에 난입해 “씨X” 등의 욕설을 쏟아내며 난동을 부렸다. 몇몇은 카메라로 일부 방송기자들의 얼굴을 촬영하며 “죽을 날 얼마 안 남았다”고 위협해 경찰 10여 명과 민주당 당직자들이 달려와 강제로 해산시키기도 했다.

 장외투쟁을 보는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한다는 안채영(29·여)씨는 “국민이 나서야 할 때가 됐다”고 했고, 직장인 한문종(27)씨는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일 뿐”이라고 했다.

 ◆서울시, 하루 16만5600원 변상금 부과=서울시는 민주당이 서울광장을 무단 점유했다며 변상금을 부과키로 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광장 사용 90~5일 전 시청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난달 31일 장외투쟁을 전격 결정하는 바람에 미리 광장 사용 신고를 하지 못했다. 박용진 당 대변인은 “조례에 따라 변상금을 내겠다. 1일 16만5600원 정도 된다”며 “이미 신고를 했으니까 5일부터는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주당원이다.

글=강인식·이윤석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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