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 11년 만에 중국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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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종규가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013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중국과의 1차 예선 첫 경기서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다. 한국이 63-59로 이겼다. [마닐라=사진공동취재단]

한국 남자농구가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다. 완벽한 신구 조화의 힘이었다.

 유재학(50·모비스)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 대표팀이 1일 필리핀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콤플렉스에서 열린 아시아농구선수권 1차 예선 C조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63-59로 승리했다. 한국이 아시아선수권에서 중국을 꺾은 것은 1997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승리한 이후 16년 만이다. 1.5군이 나온 동아시아선수권 등에서 중국을 제압한 적이 있지만 주전 선수들이 모두 나온 대회에서 승리한 것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 이후 11년 만이다. 중국과 국가대표팀 통산 성적은 12승 30패가 됐다. 디펜딩 챔피언 중국을 꺾은 한국은 2차 예선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었다.

 유재학 감독은 빠른 농구로 중국과 맞붙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김종규(207㎝)와 김민구(이상 경희대·191㎝), 이종현(206㎝), 문성곤(이상 고려대·194㎝), 최준용(연세대·201㎝) 등 다섯 명의 대학생을 선발했다. 신진 선수들은 지난 대회 챔피언 중국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았다. 골고루 투입된 다섯 명 대학 선수들의 득점은 7점에 그쳤지만, 끈질기게 뛰며 중국의 거인들을 지치게 했다.

 전반을 29-31로 뒤진 채 마친 한국은 3쿼터에 대학생들의 패기 있는 플레이로 흐름을 가져왔다. 경기를 뒤집은 것은 노련한 김주성(34·동부·205㎝)이었다. 김종규와 이종현 등이 뛰는 동안 체력을 비축한 김주성은 19분9초만 뛰고도 15득점·3리바운드를 기록해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김주성은 경기 종료 2분을 남겨놓고 52-55로 뒤질 때, 3점 플레이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진 공격에서 절묘한 가로채기로 양동근(32·모비스)의 자유투 2득점을 이끌어냈다.

 김주성은 59-57로 앞선 4쿼터 9분39초에 결정적인 리바운드를 잡으며 한국의 승리를 확정지었다. 조성민(30·KT)이 12점, 양동근이 11점·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은 213㎝의 센터 이젠롄(26·광동 타이거스)이 23점·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분투했지만,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았던 왕즈즈(36·빠이 로케츠·216㎝)가 4점으로 틀어막혔다. 외곽포도 침묵했다. 중국은 이날 14개의 3점슛을 던졌지만 한 개도 넣지 못했다. 그만큼 기동력 있는 한국 선수들의 수비에 고전했다는 의미다.

 경기 뒤 유재학 감독은 “중국은 신경을 가장 많이 쓴 팀이다. 이겨서 기쁘다. 젊은 선수들이 나가서 큰 실수 없이 경기를 치렀다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며 “우리는 키가 작은 팀이다. 전방에서 가드들의 강압수비가 잘돼 상대 공격을 59점으로 막았다. 이란전도 준비를 잘해 승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2일 오후 6시45분 이란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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