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중공 삼각회담|대화해서 잃을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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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70년대에 접어들자 미국·소련·중공등 3대 최강국은 어쩔 수 없는 삼각관계에 얽혀 국제정세는 유동적이다. 이 삼각관계는 20일부터「바르샤바」에서 열리기 시작한 미국·중공회담을 비롯, 중·소의 북평국경회담 및「헬싱키」의 미·소 전략무기 제한 회담이다.
「스피로·애그뉴」부통령이『진지한 대화』가 있을 것이라 내다봤던 것처럼「바르샤바」회담은 미국의 대 중공비전략물자 통상문제가 주의제이나 자칫하면 이미 미하원을 통과한 자유중국에 대한 「팬텀·제트」기 공급문제에 큰 영향을 줄수도 있다.
그러므로「바르샤바」회담은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소 분쟁으로 미국은 삼각관계에서 시련을 겪고 있다.
「닉슨」대통령은 중·소 전쟁이 일어나면 핵무기를 사용할지 모를 두려움 때문에 대중공관계개선을 위해 침착하고 확고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소련측에는 자제를 요구하는 점잖은 일침이 된다.
미·중공 회담의 또 하나의 동기는 극동의 안정은 미국과 중공의 상호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그러나 중공은 협상을 꺼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대중공통상을 완화하려는 것은 소련도 좋게 생각하고 있는 주은래등 온건파에 호소하려는데 있다. 2년만에 겨우 길이 트인 이번「바르샤바」회담이 성공하면 논리적으로 미·중공 외교관계가 이루어지고 중공의「유엔」가입까지 내다볼 수 있으나 아직은 멀고먼 이상일 수 밖에 없다.
「애그뉴」부통령이 지난번 자유중국을 방문했을 때 자유중국을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을 다짐한 사실등은「바르샤바」회담에도 하나의 제약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소련이 독일문제에 대해 퍽 화해적으로 나온 것은 소련이「나토」와 중공의 도전을 동시에 부딪치지 않으려는 외교적 포석이었다. 중공이 곧 중거리 탄도탄을 갖게될 것은 확실하지만 미국안을 때리자면 80년대에 가야 가능할 것이다. 미국은 중·소·미 3세력의 균형속에서 자유중국문제로 골치다. 소련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중·소 국경회담이다.「쿠즈네초프」와 보좌관「마트로로스프」가 북평에서 돌아옴으로써 회담은 제2국면에 접어들었다. 소련은 이 회담의 성공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중공이 아직도 제정때 맺은 모든 조약을 폐기토록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은 협상을 깰 생각은 없다.
중공은 국경회담 자체보다 미·소「헬싱키」회담과 독·소 회담의 알맹이가 무엇인지 알아내는데 더 관심이 쏠려 있다. 미·중 접근에 대해선 현재로선 극적인 화해가 어렵기 때문에 소련은 큰 관심이 없다. 소련의「매스컴」들은 중공의 대미접근이 중·소 회담에서의 바람직한 고지룰 점령하기 위한 외교적 몸짓으로 보고 있다.
소련은 중공의「유엔」가입에 찬성이나 중공이 가입된다면 반소에 앞장설 터이므로 실제론 엉거주춤한 태도다. 소련은 중공의 핵성장에 민감하다.
최악의 경우 핵시설을 때려부수는 방법까지 검토할 이 만큼 심각하다. 반 중공출판물도 다시 슬슬 고개를 들고 있으며 여차하면 이념분쟁의 포문을 열 기세다. 하지만「모스크바」에서 기다리는 한웅큼의 희망은 모가 천수를 다하고 북평의 권력구조에 주은래 같은 온건현실파가 새순같이 돋아날 것이라는 것이다. 미·중공 접근에 관해선 미·중·일 세력이 극동과 동남아에서 뻗칠 그들의 영향력 때문에 소련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시아」안보조약안을「모스크바」가 제기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바르샤바」에서 미국과 마주앉은 것은「닉슨」의 현실정책에 덩달아 춤을 추자는 것이 아니라 미·소 회담에서 소련에 큰 소리를 치기 위한 것이다. 중공은 생리적으로 볼 때 겉으로 떠드는 것을 현실로 봐선 큰 착오다. 군사적으로 가장 약할 때 그들은 금방 전쟁을 벌일 듯 떠드는 따위가 그것이다. 중·소 국경회담도 사실은 중공의 체면유지사업에 불과하다. 중공은 판문점 회담에서처럼 장기적으로 회담을 끌 것이다.
중공은 20년전 미국을「전쟁범죄자」라고 몰던 때와 하등 상황변화가 없건만 미국과 회담을 벌이려는 것이다.「닉슨」대통령의「비 미국화정책」에도 불구하고「오끼나와」반환으로 일본의 군국주의를 가열케 하고 군사기지를 계속 유지, 장개석정권에 대한 신임, 중공「유엔」가입의 저지, 그리고 최근「애그뉴」부통령의「아시아」순방등 중공으로서 달가운 일은 없는 것이다. 자유중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끊고 중공의 대소관계가 모의 사망과 함께 수정도 돼야 한다는 것이 일반 중공인의 태도다. 그러나 북평과 대북에 아직도 생존하고 있는 두 고령자가 엄존하는이상 그러한 기대는 희미하기만 하다.
[업저버=런던·모스크바·싱가포르·워싱턴특파원 공동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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