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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명암] 홍콩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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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엔 다시 가고 싶지 않다. "

홍콩에선 이번 주 들어 한류(韓流) 붐에 먹칠을 하는 '관광 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한국에 갔던 단체 관광객들이 식중독에 걸려 돌아오는 바람에 첵랍콕 공항에선 앰뷸런스들이 두 차례나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지난 15일엔 13명이, 16일엔 9명이 한국에서 삼계탕.돌솥 비빔밥과 '민속 음식'을 먹었다가 귀국길에 고열과 구토.설사 증세를 보인 것이다.

병원 신세를 졌던 20대 남성 천(陳)모씨는 "식당에서 먹은 음식이 잘못된 것 같다"며 "한국에 도착한 2~3일 뒤부터 속이 불편하더니 마지막날엔 26명 중 절반이 식중독 증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현지 업체들의 가격 덤핑으로 '싸구려 관광코스'에 매달리다가 터진 사고라는 것이다.

홍콩 여행사들이 팔고 있는 4박5일짜리 한국 관광상품은 최근 2천5백홍콩달러(약 39만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단체 항공료를 1인당 1천8백홍콩달러까지 할인받아도 닷새간의 숙박.식사.교통비 등을 해결하는 데 우리 돈으로 불과 11만원 밖에 여유가 없는 셈이다. 여행의 질(質)이 떨어질 것은 불문가지다.

한류에 심취해 한국을 서너번 갔다온 아일렌(26)은 "서울 변두리의 허름한 숙소도 좋고, 가이드의 쇼핑 강요도 좋지만 배고픈 것은 참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값싼 음식점에서 설렁탕이나 삼계탕.비빔밥만 달랑 시켜줘 왁자지껄하게 풍성한 식탁을 즐기는 홍콩인들이 고개를 내젓는다는 것이다. 이런 입소문이 도는 탓인지 한국을 찾은 홍콩인들은 지난해 17만9천명에 그쳤다. 전년보다 12.5%나 줄어든 수치다.

홍콩인들은 한국이 아니더라도 갈 곳이 많다. 가까운 동남아에선 풍성한 먹거리에다 한국보다 훨씬 빼어난 경관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중국의 동북 3성(省)은 스키관광 코스를 속속 개발해 한국의 매력을 넘보고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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