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연동 채권'도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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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원금은 물론 주가 흐름에 따라 확정된 수익률을 보장하는 '주가지수연계채권(ELN)'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판매된다.

재정경제부는 18일 국무회의에서 ELN을 투자상품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증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월 말께부터는 일반 투자자들도 ELN을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상품인가=ELN은 주가지수(KOSPI)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신종 금융상품이다. 지수가 오르면 원금은 물론 증권사가 보장한 수익률을 덤으로 챙길 수 있고, 지수가 떨어져도 원금은 고스란히 돌려받는다.

은행들이 지난해 말부터 팔고 있는 '주가지수 연동 예금'과 비슷하다. 은행권 상품은 투자 원금 중 일부를 원금이 보장되는 이자율로 정기예금에 넣은 뒤 나머지 돈으로 주가지수 옵션 등에 투자한다.

삼성증권 권인섭 상품기획팀장은 "ELN은 가입 당시의 지수 수준에 따라 확정 수익을 주고, 원금 또한 보장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A증권사가 '1년 뒤 주가지수 30% 상승'을 조건으로 ELN 상품에 대해 '수익률 10%'를 보장할 경우 투자자가 1천만원어치를 내놓으면 증권사는 각종 채권의 수익률을 따져 1년 뒤 원금 보장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금액(예를 들어 9백50만원어치)을 채권에 투자한다. 그리고 나머지 50만원을 주가지수 옵션.선물 등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만약 투자 당시 주가지수가 600선이었다면 1년 뒤 지수가 780선까지 오를 경우 투자자는 1천1백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증권사는 주가 상승 기간 중 파생상품 투자로 수익을 올려 투자자에게 준다. 반면 파생상품 투자에서 손실이 나도 안정적인 채권 투자로 원금 1천만원은 돌려 받을 수 있다.

◇어디서 파나=ELN 상품을 개발.판매.운용할 수 있는 증권사는 장외파생상품거래 인가를 받은 삼성증권.LG투자증권.대우증권 등 6개사다. 삼성증권 등은 이날 법안 통과에 따라 상품 개발.판매와 관련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증권업계는 최근 지수가 낮은 수준이어서 향후 상승 가능성이 큰데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된다는 점에서 ELN 상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시판 초기 한달간 판매액이 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 은행권의 주가지수 연동예금도 이달 말까지 판매액이 1조5천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편 업계는 증권사들이 고객 돈을 예치해 확정 수익을 되돌려준다는 점에서, 은행처럼 수신 기능을 갖게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투자 요령=증권사들은 아직 상품명.종류.수익구조.가입 한도 등을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선 은행권 상품과 마찬가지로 ▶만기일의 주가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거나▶가입 기간 중 주가지수가 한번이라도 일정한 수준 이상을 웃돌 경우 수익금을 주는 상품이 주종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대우증권 OTC파생상품부 백상옥 차장은 "주가가 처음에 약정한 수준까지 오르지 않으면 기대수익률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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