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유통통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여당은 곡가통제의 법적근거를 명확히 마련하기위해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는 문제에 대해 서로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한다.
작년의 쌀 생산고가 2천8백50만섬에 이르고 있어 68년도의 2천2백여만섬보다 6백여섬이나 증산된 대풍임에도 불구하고 쌀값이 출회기에도 떨어지지 않는 이변이 일어나고 있으며 지금의 정세로는 시중 쌀값이 6천5백원선을 상회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쌀값이 이와같이 고수준을 유지하게 된다면 물가안정에 타격을 준다는 뜻에서 정부는 쌀값을 가마당 5천3백원∼5천5백원에 유지하려하는 것이며 그 수단으로서 외미 50만t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쌀값을 통제하려하고 있는 것이다. 쌀의 정부 매입가격과 조작비를 고려한다면 쌀값이 가마당 5천8백원∼5천9백원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은 정상상태라 할 수 있으나 정부는 오히려 정상가격보다 가마당 5백원 수준을 낮추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위해 외미 도입과 제정보조를 예정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가격통제를 위한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책정한 정상소비자 가격 5천9백원 수준보다 시중가격을 5백원 수준이나 낮추기위해 외미를 도입하고 재정부담을 증가시키며, 쌀값을 통제하고 또 식생활을 통제하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쌀의 절대공급량이 대풍에도 불구하고 부족하다면 쌀값을 정부가 책정한 정상소비자 가격보다 낮추어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상대적 부족분을 고가격에 의한 소비억제로 메워 나가는 것이 정상적인 정책이라 할 것이며 물가문제를 이유로 외미를 도입하려 드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쌀 수확고가 전년보다 6백만섬이나 증가했다면 비록 연간 절대공급량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대풍임에는 틀림없으며 농산물가격의 운동양식으로 보아 출회기 쌀값이 폭락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회기 쌀값이 고수준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밝히지 못한채 외미도입과 가격통제를 서두르는 것은 양정에 어떤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케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백보를 양보하여 외미도입과 쌀값통제가 현실적으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쌀값통제를 이제야 추진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못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쌀값통제를 추진해야 할만큼 쌀수급에 불균형이 있다면 출회기 이전에 그 통제대책을 마련하여 정부가 충분한 통제역량을 갖추고있어야 했을 것이다.
정부수매량은 국내 생산쌀의 1할에도 미달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쌀의 대부분은 중간 상인, 중농이상의 농가 및 여유있는 일부 소비자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물량적인 조작능력을 갖지 못한채 유통과정만을 정부가 통제하는 경우 이중거래는 불가피한 것이며 결과적으로 일반 영세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기 쉬울 것이다. 쌀 구득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암시세로 쌀을 구입하는 불편보다는 조금 비싸도 편리하게 언제나 소비자가 쌀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이다.
물론 정부 보유양곡이 충분하여 무제한 정부통제가격으로 소비자가 쌀을 구득할 수 있다면 별개문제이다. 그러나 정부수매실적은 2백10만섬 정도이고 외미도입 예정량도 50만t에 불과하다. 그런 정도의 정부 보유미를 가지고 가격통제를 강행하는 경우 오히려 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할 것이다. 정부 매입가격에서 도출한 적정소비자가격보다 월등 쌀값을 낮추기위해 혼란과 불편을 일으키느니보다는 정상적인 가격수준을 예정함으로써 쌀 수급의 가격유도에 의한 조정을 기대하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