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밖으로 쫓겨난 흡연 공간 … 이번엔 불법 건축물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야외라도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야외 흡연실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야외 흡연실 대부분이 허가 또는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 건축물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왼쪽은 올해 만들어진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의 야외 흡연실이고, 오른쪽은 동대구역 광장 흡연실이다. [김형수 기자, 프리랜서 공정식]

전국 철도역사·공공기관의 광장·마당과 주차장 등지에 들어선 100여 야외 흡연실을 두고 불법 논란이 일고 있다. 흡연실 대부분이 건축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시설이라는 것이다.

 야외 흡연실은 실내에서 금연이 강화되고, 실외라도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면 간접 흡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곳저곳에 설치되고 있다.

근거는 ‘흡연실을 실외에 설치할 수 있다’고 한 국민건강증진법이다. 하지만 야외 흡연실은 지켜야 할 법이 또 있다. 바로 건축법이다. 흡연실도 벽과 기둥·지붕을 갖춘 건축물 형태로 지었다면 신축 신고를 하고 준공 검사를 받아야 한다. 공식 건축물이 아니라 조립식 벽을 활용해 부스 같은 소형 시설(간이시설)로 지었다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가설 건축물 승인’을 받아야 건축법상 하자가 없다. 국민건강증진법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도 “건축법상 문제가 없어야 합법적인 야외 흡연실”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현재 야외 흡연실은 대부분 이런 허가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게 지난 4월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야외 흡연실이다. 6500만원을 들여 실내 면적 9㎡에 철골·유리 구조물로 만들었다. 대구 동구청은 이 흡연실이 불법 시설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동구청 측은 정식 허가 절차를 밟게 하는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야외 흡연실이 건축 허가를 받지 않는 이유는 담당자들이 규정을 몰라서다. 야외 흡연실을 둔 한 병원의 담당자는 “건물 내 금연이 국가 정책이고,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가 있어 허가나 승인이 필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식 허가·승인을 받지 않은 흡연실은 기초자치단체의 소방 점검 대상 목록에 오르지 않아 안전사고 사각지대로 지목되고 있다. 화재 위험을 안고 있는 흡연실이 소방 안전 점검을 아예 받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일부 흡연실은 편법 승인을 받았다. 최근 지어진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의 야외 흡연실이 그런 예다. 서초구청은 흡연실을 화장실 개념으로 해석해 일단 승인을 냈다. 흡연실이 들어선 곳은 부지 특성상 별도의 건축허가 절차 없이 공중 화장실 같은 것을 설치할 수 있는 땅이다. 그래서 복잡한 건축물 허가 과정을 생략하고 그냥 승인을 냈다. 하지만 엄밀히 법 규정을 따지고 들면 불법 논란을 피해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중앙대 서울 흑석동 캠퍼스에 있는 흡연실 역시 문제를 안고 있다. 공사 현장 사무소처럼 이동 가능한 컨테이너형으로 돼 있어 별도 허가가 필요 없다는 게 학교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역시 상당 기간을 한자리에 고정돼 있으면 불법 건축물이 된다.

당장은 불법이라고 할 수 없다지만 소방 점검 대상이 아니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야외 흡연실 불법 논란을 없애는 손쉬운 해법은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야외 흡연실에 관한 건축 조례를 따로 만들면 아무 문제 없이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례를 만든 지자체는 아직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정책국장은 “야외 흡연실은 길거리 간접 흡연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비흡연자에게도 필요한 공공 편익시설”이라며 “지자체 조례 같은 제도를 얼른 정비해 흡연실이 불법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윤호·손국희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