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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 "일본, 욱일기 응원은 왜 외면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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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대한축구협회가 한·일전 응원 논란에 정면 대응했다. 당초 축구협회는 동아시안컵 한·일전 응원 논란에 대해 “정치적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최대한 자제하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소극적인 태도였다. 하지만 31일 오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에 보내는 회신을 공개하며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일본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유감도 표명했다.

 축구협회는 “축구경기 도중 벌어진 일인 만큼 양국 축구협회가 서로 충분히 협의해 해결해 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고위 관리까지 한국을 비난한 것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일본 응원단이 대한민국 수도 한가운데에서 대형 욱일기로 응원한 사실은 외면한 채 한국 측 행위만 부각시키는 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가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은 일본 고위 각료가 잇따라 응원 문제를 정치 문제로 비화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일본 문부과학상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를 마친 뒤 한·일전 응원에 대해 “그 나라의 민도(국민 수준)가 의심스럽다”며 “솔직히 유감스럽다”고 발언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9일 “국제축구연맹(FIFA)은 응원 시 정치적 주장을 금지하고 있다”며 한국의 응원 매너에 대해 “극도로 유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축구협회의 유감 표명에 앞서 외교부는 30일 “스포츠 경기와 관련된 사안을 두고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고위 인사가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무례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2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일전에서는 일본 팬이 욱일기를 흔들며 응원하다가 주최 측에 의해 제지당했다. 붉은악마는 이에 자극받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대형 플래카드를 걸었다. 축구협회는 이 역시 강력히 제재해 전반전을 마치고 이를 철거하도록 했다. 붉은악마는 이 같은 축구협회의 조치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응원을 보이콧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사용했던 깃발로 나치의 문양 하켄크로이츠처럼 불쾌감을 줄 수 있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하켄크로이츠를 공개석상에서 보여주거나 소지하는 걸 금지했지만, 일본은 욱일기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자세다. 동북아 국가를 제외한 국제 사회에서 욱일기에 대한 인식도 미미하다 .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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