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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억대 받은 국회의원 전 비서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박찬호)는 30일 입법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제3자 뇌물취득)로 민주당 중진 A의원의 전직 비서관 이모(45)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돈을 준 전 노량진주택조합장 최모(51·수감 중)씨와 개발업체 대표 이모씨 등 2명은 제3자 뇌물교부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 비서관 이씨는 2008년 최씨 등으로부터 “지역주택조합이 사업부지 내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주택법을 개정해달라”는 민원을 받았다. 이후 A의원은 ‘알박기 금지법’으로 불린 주택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2009년 국회를 통과해 시행됐다. 전 비서관 이씨가 ‘인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독촉하자 최씨 등은 같은 해 7~8월 “A의원에게 전해달라”며 세 차례에 걸쳐 1억7000여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검찰은 이 돈이 실제 A의원에게 건네지거나 직접 입법청탁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앞서 검찰은 A의원의 임모 보좌관에 대해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구청장 측으로부터 억대의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처럼 의원 자신이 아니라 비서관·보좌관들이 이권이나 공천 청탁 등을 빌미로 돈을 받다 처벌받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지역구 중진 의원의 보좌진은 지역에서 의원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진 의원의 경우 주요 당직이나 국회직을 맡는 경우가 많아 지역구 일은 자신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보좌진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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