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은밀하게 더 대담하게 휴대폰 불법 보조금 또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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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18일 이후에도 불법 보조금 영업은 계속됐다. 한 이동통신사의 직영대리점은 ‘갤럭시S4 완전 공짜’라는 선전문구로 래핑한 판촉차량을 이용해 고객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업계 제공]

KT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에 따라 30일부터 홀로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KT는 기존 가입자를 지키기 위해, 반대로 SK텔레콤·LG유플러스는 KT 이용자를 빼앗기 위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다음 달 5일까지 7일간 신규 가입자 유치와 번호이동 영업이 전면 금지된다. 기존 가입자의 기기 변경은 가능하다. 이는 지난 18일 방통위의 제재 결정에 따른 조치다. 방통위는 올 상반기 이동전화 보조금 과열 경쟁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KT에 대해 1주일간 영업정지와 함께 이통 3사에 총 67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1주일간 신규 가입자 유치가 불가능해진 KT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KT가 영업정지 기간 140억~350억원 정도의 손해를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T는 이 기간 장기 고객을 대상으로 한 ‘두 배’ LTE 프로모션과 결합 서비스 마케팅을 통해 가입자의 이탈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이번 영업정지 기간이 휴가철이라 이탈 규모가 그리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KT의 단독 영업정지가 시작되면서 그간 잠잠했던 가입자 확보전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 1~3월 이통사들이 순차적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던 시기에 이통사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평소보다 많은 보조금을 투입한 전례가 있다.

 실제 일부 대리점에서는 방통위가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18일 이후에도 법정 한도(27만원)를 초과하는 보조금을 살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과징금 결정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불법 판촉 행위를 벌인 셈이다.

 서울의 한 SKT 직영 대리점은 ‘갤럭시S4 완전 공짜’라는 선전 문구로 래핑한 판촉차량을 이용해 주요 유동 지역과 아파트 단지를 운행하며 고객을 끌어모았다. 특정 카드를 이용하면 최대 70만원을 즉시 할인해주는 판촉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LG유플러스도 한 대기업 복지몰에서 출고가 99만원인 갤럭시노트2를 44만8200원에 판매하는 등 인기 기종에 대해 40만~54만원 할인해주고 있다.

 이런 불법 영업이 온라인에서는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심야 시간에 집중적으로 보조금 영업을 하는 ‘올빼미 영업’이다. 이른바 ‘나까마’로 불리는 온라인 휴대전화 판매점들은 ‘28갤포아’(28만원 갤럭시S4 LTE-A), ‘9아연’(9만원 베가아이언), 14놋2(14만원 갤럭시노트2) 같은 은어를 활용한다. 특히 주로 쪽지나 문자를 통해 판매 조건을 제시하고 1~2시간 정도만 구매자를 모집한 뒤 사라지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 이에 대해 한 이통사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는 이통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처럼 일부에서 보조금 불씨가 살아나면서 방통위가 과징금 처벌을 내렸던 지난 18일 1만7302건에 그쳤던 번호이동 건수도 서서히 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번호이동 숫자가 시장 과열 기준인 2만4000건을 넘어선 2만5118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과열 경쟁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방통위의 판단이다. 27~29일 이통사의 번호이동은 2만3428건으로 과열 기준을 밑돌고 있고, 보조금 규모도 24만원 정도로 지급 한도를 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방통위도 언제든지 이통사들이 보조금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감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 26일 이통 3사의 대외 협력 및 마케팅 담당 임원을 불러 “KT 영업정지 기간에 시장에 혼란을 일으키면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며 사전 경고를 내렸다. 영업정지 전날인 29일에도 이통 3사의 영업담당 실무자들을 불러 재차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방통위 전영만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시장을 계속 지켜보고 있으며, 과열 조짐이 나타나는 즉시 경고를 보낼 것”이라며 “아직까진 안정돼 있다고 판단되나, 정도가 심해지면 다시 시장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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