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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의 방위력 증강 반대만 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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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러스트=강일구]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지난 2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앞으로 일본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아베는 향후 여러 해 동안 안정적으로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됐으며 지지율은 70%에 이르고 중의원·참의원 양원을 모두 장악했다. 이처럼 정치적 입지가 튼튼한 지도자는 세계의 다른 곳에선 찾기 쉽지 않다.

지금 화급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아베는 자신의 그 모든 정치적 자산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같은 역사 문제에서 우경화 입장을 밀고 나가거나 과거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인하는 행태를 보일 것인가?

 많은 사람의 관측과 달리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베 주변의 자민당 정치인 등이 역사 문제에 대해 그릇된 발언을 할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자신이 직접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조심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2006년 아베가 정치적으로 취약한 총리였을 때 역사 문제 카드를 이용해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으며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려 열심히 노력했다. 그 노력은 결실을 거두었다. 베이징은 아베의 전임자와는 거부했던 정상회담을 받아들였다.

 이제 강력한 총리가 된 아베가 우경화 유혹을 받을 리 없으며 그 같은 국내적 압력이 작용할 리도 없다. 그에게는 이보다 훨씬 큰 이슈, 자신이 쌓아온 정치 자산을 써야 할 이슈가 있다.

경제 회복은 과거뿐 아니라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어젠다로 남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아베는 두 가지 주요 조치에 착수할 것이다. 소비세를 인상하고 규제를 개혁하는 것이다. 이는 간단한 일이 아니며 정치적으로 매우 부담이 큰 조치다. 소비세는 가장 긴급한 이슈다. 2014년 4월 8%로, 2015년 10%로 각각 인상될 예정이다. 현재는 5%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아베 총리는 이 같은 인상이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경제를 해칠까 봐 우려한다. 최근의 성장은 막대한 정부 지출과 금융 완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 두 가지는 아베노믹스로 불린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아베의 총리직은 지난 15년간 계속돼온 디플레이션을 돌려세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주 그의 발언은 이 같은 딜레마를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는 예정대로 세금을 인상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야 일본이 금융개혁을 진지하게 추구한다는 믿음을 세계 시장에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그는 자신이 자신의 임기 중에 이룩한 일본의 빠른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역사 문제에 대해 조치를 취할 시간이나 정치적 역량의 여유는 거의 없다. 이런 조치는 한국이나 중국 같은 주변국의 반발을 살 것이며 미국 같은 맹방에서조차 조용한 비판을 부를 것이다.

 아베의 정책 우선순위에 들어 있는 다른 문제는 국방이다. 최근 발표된 방위백서는 일본이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영역으로 강화된 해군력, 무인정찰기, 미사일방어망, 자율적 공격능력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방위력 증강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확대 해석이라는 맥락에서 이뤄질 것이다. 일본이 이런 분야에 우선순위를 두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만일 어떤 섬이 (아마도 중국에 의해) 위협을 받을 경우 그곳에 신속히 군대를 배치하는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또한 적의 활동을 최대한 이른 시기에 탐지하며 (아마도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위협이 있는 경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 역량을 확보하고 싶어 한다.

 후자의 발전이 이뤄질 경우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과거의 역사에 따라 자연스럽게 촉발되는 행동은 다음과 같은 것이 될 터이다. 이를 반대하고 비판하며 아베의 국수주의는 한국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일본의 미사일 방어 능력이 강화되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미·일 동맹에 이익이 되며 결과적으로 한국에도 좋다. 일본 열도의 기지·비행장·항구는 한·미 동맹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후방 지원기지 역할을 할 것이다. 일본이 이런 시설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다면 이는 한국에도 유익하다.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더 좋은 대처방안이 있다. 일본의 방위력 증강 계획을 서울과 의논해 달라며 일본과 미국을 상대로 3자 협의를 요청하는 것이다. 외부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이 계획의 진전을 비판하는 것보다 이것이 낫다. 내부에 들어가는 것도 좋으며 이를 통해 이 계획의 형태를 조정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지금 같은 것만 아니었더라면 이 같은 협의는 서울과 도쿄 양자 간에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는 워싱턴과 함께 3자 협의를 하는 것이 더 쉽다. 이 같은 협의는 정부 간의 공식 채널로 이뤄질 수도 있고 이와 함께 반관반민의 대화를 병행할 수도 있다. 그러면 공식 논점을 공식적으로 의논하는 것을 넘어서는 최대한의 논의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과정의 일부로서 일본 총리는 특사를 임명해야 할 것이다. 특사의 주된 임무는 도쿄가 방위력 증강에 착수하면서 서울과 긴밀히 협의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서울은 이 같은 사절단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환영해야 한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