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탁운동동지 한자리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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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닉슨」대통령이 대한특별군원을 포함한 의회지출법안에 반대하고 잇다』는 백악관 대변인의 발표가 전해진 20일 외무부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은 격으로 허둥지둥거렸다.
최장관이 마침 출타 중이어서 윤석헌차관이 함영훈 미국장 노재원 북미2고장을 불러 긴급대책을 협의하는 한편 공식보고를 보내오지 않은 주미대사관에의 국제전화를 신청하는 등법석을 부렸고 하루 전까지도 낙관론을 펴왔던 관계자들은 이 소식을 전해듣고 『그게 정말이냐』면서 유구무언.
한편 외교 「업저버」들은 『우리나라만은 예외적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이와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대미교섭을 어떻게 했길래 의회에서 주겠다는데도 행정부가 반대하게까지 되었느냐』고 한마디하고.
일본에서 요양 중이던 신민당의 유진오 총재가 조만간 정계를 은퇴할 지도 모른다는 얘기와 함께 유진석 수석부총재의 당수추대론이 나돌아 어수선하다.
비주류의 조한백·김재광·태완선·김세영·장준하씨 등은 『유총재 자신이 거취를 밝히기도 전에 당수직에 도전한다는 것은 정치이전의 도의문제』라면서 유총재의 계속 유임을내세웠고, 이재형부총재도 얼마 전 유부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이와 비슷한 견해를 말했다는 것.
한편 이중재의원은 1월초 일본에 가서 당내움직임을 보고하고 유총재의 거취를 의논할 예정이데 대통령후보지명전 출마를 이미 선언한 김영삼의원은 신중한 태도를, 이 경쟁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김대중·이철승씨는 진산계와 깊숙이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
20여넌전 반탁운동에 나섰던 사람들이 오랜만에 자리를 같이하게 됐다.
해방 후 반공과 반탁운동에 앞장섰던 공화당의 김재순의원 (서울대상대출신)·재야의 주이철승씨(고대)·정우회대표 이동원의원(연세대)·신민당의 송원영의원(고대)·채문식·박용만(서울대)씨와 정성관씨(서울대)등은 27일 저넉 윤치여d공화당의장서리·유진산신민당 수석부총재·박순천신민당 고문 등을 신문회관에 초대, 반탁기회식을 갖기로 했다.
윤당의장서리는 당시 정부측에서, 유부총재는 청년단체에서, 박여사는 여성단체대표로서 이들의 반탁운동을 적극 후원했다는 것.
이 모임을 주선한 이철승씨는 『정치문제를 떠나 지난날의 반공운동을 회고하기 위해 「모스크바」삼상회담이 신탁통치를 결정했던 날을 잡아 여야를 초월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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