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환수 위해 뛰던 그들 '환수 연기' 총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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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국정원장,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우리나라 안보라인의 핵심 3인방인 이들은 30일부터 한·미가 본격 실무협의에 들어가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연기를 위한 협상의 총대를 메고 있다. 전작권 협상에 얽힌 이들 3인방의 묘한 입지가 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전작권을 2012년 4월 17일부로 한국이 환수한다는 합의문은 2007년 2월 23일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마련됐다. 당시 합의문에 서명을 한 장본인이 바로 김장수 실장이다. 그때는 노무현 정부 국방부 장관의 자격이었다.

 김 실장이 장관에 오른 건 2006년 국군의 날(10월 1일) 계룡대 육군참모총장 집무실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전작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 이상희 당시 합참의장이 “군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제동을 건 게 발단이었다. 이상희 합참의장의 발언에 노 전 대통령은 “항명하는 것이냐?”면서 대로해 군 지휘부 인사를 단행했고, 그 와중에 윤광웅 장관이 경질되고 김 실장이 후임을 맡았다.

김장수는 2007년 환수 합의문 서명자

2006년 11월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이후 그는 전작권 환수에 힘을 쏟았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환수를 지시했으나 김 실장이 “정보 획득 수준이나 지휘통제체계 등을 갖추려면 불가능하다”면서 시기를 2012년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뜻을 관철 시켰다. 전작권 환수 시기는 이후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 2015년 12월로 한 차례 더 연기됐다.

 김 실장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국회의원 시절에도 “한국이 먼저 전작권 전환 시기의 연기를 요구하면 한·미 간 다른 현안에서 더 많이 양보하고 더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2009년 5월 29일)면서 전작권 환수에 적극적이었다. 현 정부 출범 직전까지도 이 같은 입장에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그의 목소리가 6년 전과는 180도 바뀌었다.

“개인 신념보다 정부 차원 결정 따른 것”

 그는 지난 4월 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전작권 환수는 안보상황 등을 판단해 여유를 갖고 검토해야 한다”며 전작권 환수시기 연기 문제의 공론화에 불을 지폈다.

 오는 9월에는 미국을 방문해 장관 때 환수 필요성을 설파했던 것과 반대 입장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 실장의 측근은 “전작권은 안보에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 개인적인 신념보다는 정부 차원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위협 수준이 달라져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합참의장서 장관 된 김관진도 입장 바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합참의장으로 재직하면서 장관이던 김장수 실장을 뒷받침했다. 그의 역할은 전작권 환수 이후 군의 역량을 재편하는 역할이었다. 그의 판단과 보고 내용에 따라 전작권 환수 시기가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위치였다. 그 역시 김장수 당시 장관과 뜻을 같이해 2009년은 시기상조이나 2012년엔 전작권 환수를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 그였지만 지금은 전작권 환수 연기 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 증가 ▶김정일 사후 젊은 김정은에게 오판할 빌미를 줄 가능성 ▶북한 위협에 대비한 대비태세 구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전작권 환수 시기의 연기를 미국에 공식 요구했다.

남재준은 노 정부 때도 환수 시기상조론 반면 남재준 원장이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했던 2005년엔 전작권 환수 문제가 본격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개인적으로는 전작권 환수에 대해 시기상조론을 폈다. 전역 이후 2007년 대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방 문제에 대해 자문을 했던 그의 생각은 최근까지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최근 박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는 시기를 정해놓고 해선 안 된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남 원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있다.

 한·미 양국은 30일 임관빈 국방부 정책실장과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 엘라인 번 핵·미사일방어 부차관보 등과 이틀간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시작한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번 회의에선 전환시기를 구체화하기보다는 필요성을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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