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다툼에 막말 공방 … 하루 다 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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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9일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이하 특위)에선 두 개의 싸움이 벌어졌다. 하나는 특위의 하이라이트인 청문회 증인과 참고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장내(회의장)에서 벌인 기싸움, 또 다른 하나는 특위 위원들 간 각자의 발언을 물고 늘어지는 장외의 말싸움이었다.

 특위는 이날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부르는 데는 의견차를 좁혔다.

 그러나 양당이 상대 당 현역 의원과 현직 대사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의혹사건과 관련 있는 김현·진선미 의원을 반드시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여부와 서울경찰청의 축소 수사 의혹, 국정원 자료가 민주당에 넘어간 경위,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등이 모두 국정조사의 대상인 만큼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려면 민주당 관련 의원들도 반드시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새누리당 권성동 의원)는 논리였다. 두 의원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으면 원 전 원장이나 김 전 청장도 증인으로 채택할 수 없다고 버텼다.

 민주당은 김·진 의원의 증인채택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 대신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를 증인석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대선당시 박근혜 후보 선거캠프 핵심이던 김 의원과 권 대사가 허위수사 발표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한술 더 떠 “원 전 원장의 배후인 이명박 전 대통령도 증언대에 세워야 된다”고 맞불을 놓았다.

 지난 26일 국정원 보고가 무산된 이후 사흘간 파행한 끝에 재개된 특위는 증인 채택 문제를 여야 간사 간 협의에 맡기기로 하고 산회했다.

 전체회의 직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선 장외 충돌이 시작됐다. 지난 25일 특위의 경찰청 기관보고 당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을 향해 “사람으로 취급 안 해”라고 말한 것을 둘러싼 실랑이가 이날까지 이어졌다.

 먼저 김 의원이 기자회견장에 섰다. 그는 “박영선 의원에게 막말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더니 오히려 (내 주장이) 조작됐다고 주장해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녹취록 등을 확인해 보니 ‘저거 못된 놈이야, 저거’라는 말은 없었지만 ‘못됐어요. 진짜로.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일부러’라고 확인됐다. 박 의원에 대해 인간적 비애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반박했다. 박 의원은 “한여름 삼복더위에 이런 일로 갑론을박, 좋지 않은 논쟁을 하는 것 같아 송구스럽다”면서도 “원래 내가 (김 의원에게) ‘인간이 왜 그러냐’고 했었고, 그건 나중에 사과도 했다. (‘사람으로 취급 안 해’ 발언은) 박영선 의원이 화가 나 있는 저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 얘기였는데 김 의원도 인정했듯이 ‘야, 너’ ‘못된 놈’ 같은 반말은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두둔했다.

 원 전 원장의 공소장을 작성한 서울중앙지검 진재선 검사를 둘러싼 발언도 다시 오르내렸다. 김 의원은 초임검사로 데리고 있던 진 검사에 대해 “학생운동 경력이 있다”고 비판해 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김 의원은 “지도했던 후배 검사라고 해서 공소제기에 문제가 있는데도 지적도 하지 말란 말이냐”고 항의했다. 이에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운동권 출신이란 이유로 잘못된 공소제기를 할 거라 생각하는 김 의원의 편협함이 정말 무섭다”고 야유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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