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회장→과장 협박혐의로 입건, 과장→부하직원 폭행혐의 피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여 년간 천안지역 주민들의 건강증진과 여가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해 온 천안시 생활체육회가 직원 간 불화로 내홍을 앓고 있다. 회장이 사무국 직원을 가스총으로 위협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부하직원은 사무국 직원을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등 직원 간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회장 취임 이후 회장과 사무국 직원, 직원(생활지도자) 간 갈등의 불씨가 결국 파행운영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천안시 생활체육협회 회장이 한 주점에서 사무국 직원에게 가스총을 꺼내 협박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천안시 생활체육협회 김모 회장(58)은 이달 초 새벽 청수동의 한 호프집에서 생활체육협회 사무국 방모(39) 과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던 중 가스총을 꺼냈고 서로 승강이를 벌이다 방 과장의 안면 부위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방 과장은 현장에서 경찰에 신고했고 이들은 인근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사건 당시 호프집에는 이들 외에도 목격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화를 하다 흥분을 참지 못한 김 회장이 우발적으로 총기를 꺼내 들고 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을 확보한 만큼 조사가 끝나는 대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회장이 가스총 위협에 음주운전 적발 ‘물의’

김 회장은 성능 확인 차원에서 가스총 점검을 받은 날 방 과장을 만났고 총기로 위협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반면 방 과장은 스스로 총기를 꺼내 위협했고 김 회장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폭행까지 당했다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같은 시기 김 회장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천안동남경찰서에 따르면 김 회장은 신안동의 한 도로에서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혈중알콜농도 0.05~0.1% 미만의 음주상태로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김 회장은 최근까지 2차례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나 ‘3진 아웃’에 해당하는 면허취소 처분을 받게 됐다.

생활체육지도자는 사무과장 고소

김 회장의 가스총 사건과 음주운전으로 천안시 생활체육회 조직이 충격 속에 빠진 가운데 엎친대 덮친 격으로 이번엔 현직 생활체육지도자가 방 과장을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등 내부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생활체육지도자로 근무하고 있는 김모(26)씨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사무실에서 강압적인 술자리를 만들고 사무실 운영방침에 불만을 표출하다 자신을 폭행했다며 방 과장을 폭행 등의 혐의로 지난주 경찰에 고소했다.

김씨에 따르면 방 과장은 지난달 초 근무시간임에도 술을 먹고 사무실에 찾아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술자리를 만들고 직원들에게 강제로 술을 권했다. 거절하는 직원에게는 폭언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술자리에서는 늘 회장에 대한 불만과 비하발언을 해왔다. 이를 참다 못한 김씨가 방 과장과 말다툼을 벌였고 방 과장이 김씨의 얼굴을 향해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하자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

김씨는 “2년 전에도 회식자리에서 방 과장으로부터 10여 차례 뺨을 맞는 등 오랫동안 폭행과 폭언, 술자리 강요가 있어 왔다”며 “심지어 친인척과 지인이 하는 스포츠 사업에 생활체육지도자들을 강사로 파견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회장과 사무과장 간 불화가 ‘원인’

천안시 생활체육회가 내홍을 겪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회장과 사무과장과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지역 체육계에서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 회장은 사무국과의 잦은 마찰을 빚어 왔다. 특히 전반적인 사무운영을 맡은 방 과장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자 김 회장은 방 과장의 불성실한 근무태도와 일부 생활체육지도자로부터 확인한 폭행과 폭언 등을 이유로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10여 년 넘게 근무규정 및 행동강령에 관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자 김 회장은 이달 초 이사회를 열어 인사위원회와 근무규정을 마련, 관련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김 회장은 방 과장을 충남생활체육회 규정에 따라 대기발령을 내린 상태였다.

 김 회장은 “이런 일로 물의를 일으켜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뿐이다. 업무상 문제를 일으킨 사무과장에 대한 징계처리 과정에서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게 됐다. 회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거취를 표명하겠다. 하지만 이미 사퇴에 대한 생각은 갖고 있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기회를 통해 직원 모두가 하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 과장은 “생활체육지도자 대부분이 대학교 체육학과 출신으로 후배이면서 동생과 같은 직원들이다. 선배 입장에서 조언도 하고 나름 선후배 간 질서도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조촐한 자리를 가끔 만들어 훈계를 한 경우가 있었다. 표현이 폭언이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받아 들였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대다수 직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회장님이 취임 이후 상식이나 절차에 벗어나 문제가 될 소지가 있거나 개인적인 부탁을 거절한 경우가 있는데 이 같은 행동이 불화를 만든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