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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수컷이 꽁지를 펼칠 때 암컷은 무엇을 보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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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편집주간

공작 수컷은 화려한 꽁지깃을 활짝 펼쳐 암컷을 유혹한다. 암컷은 상대를 자세히 살핀 뒤 짝짓기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정확히 수컷의 어디를 살피는 것일까. 미국 UC데이비스와 듀크대 연구팀은 암컷의 시선을 추적해 그 답을 알아냈다. 지난 24일 ‘실험생물학 저널’에 실린 논문을 보자. 연구팀은 우리 속의 공작 암컷들에게 2대의 카메라 장치를 부착했다. 한 대는 공작의 시야에 들어오는 장면을 촬영하고, 또 한 대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적외선으로 추적했다. 이와 별도로 우리 구석에 또 한 대를 설치해 공작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수컷이 아무리 꼬리를 펴고 흔들어도 암컷이 이를 쳐다보는 시간은 27.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시간은 주위 환경(우리 내의 다른 수컷 포함)을 쳐다보는 데 할애됐다. 무엇보다 암컷이 실제로 눈을 두는 것은 수컷의 목 아래쪽에 국한된 것으로 확인됐다. 머리나 그 위쪽을 쳐다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가설을 제시했다. ‘공작이 많이 사는 인도의 경우 숲이 너무 우거져 시야가 좁기 때문에 수컷의 깃털 윗부분밖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멀리 있을 때 암컷은 이를 상대를 찾는 표지로 사용하고 수컷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깃털의 아랫부분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일 수 있다. 또한 꽁지의 폭은 연령 정보를 드러낼 수 있다. 어린 수컷의 꽁지는 성숙한 수컷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모양의 대칭성도 면역기능 등을 시사하는 정보가 될 수 있다. 혹은 건강한 후손을 제공할 수 있는 뭔가 다른 특질을 보는 것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깃털의 색깔이나 길이가 암컷의 선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깃털에 있는 눈알 모양 무늬의 개수가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데 애초에 공작이 그렇게 화려한 꼬리를 진화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유지비도 많이 들고 천적의 눈에 잘 띄는 데다 날기에도 거추장스럽지 않은가. 최근 유력한 평가를 받는 것은 핸디캡 이론이다. 수컷이 비싸고 위험한 꼬리를 달고도 살아 있는 것은 그만큼 여타의 특질이 우수하다는 증거로 암컷에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성 선택이 아닌 자연 선택의 결과라는 이론도 있다. 커다랗고 화려한 꼬리는 포식자와 경쟁 상대에게 겁을 주기 위한 경계색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컷은 울음소리가 엄청나게 큰 데다 행동에도 겁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