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교육의 부지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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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의 의무교육시설확충 5개년 계획은 재정난에 겹쳐 새로 교사를 짓기 위한 수지의 확보난으로 또 하나의 벽에 부딪치고 있음이 드러났다.
16일 문교부에 의하면, 정부는 72학년도부터는 전국적으로 2부제 수업만이라도 전폐한다는 전제아래 70·71학년도 중에 1만4천6백2개의 교실을 신·증축할 계획을 세웠던 것이나, 이를 위한 재정확보가 여의치 않을 뿐 아니라, 서울·부산 등 대도시의 경우 그나마 확보된 예산으로써는 예정된 교사수지를 살수가 없어, 의무교육시설확충계획 자체가 크게 후퇴하지 않음 수 없는 상항에 놓여있음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이 사실은 곧 6·25사변 이후 줄곧 계속되어온 우리나라 의무교육의 콩나물 교실사정이 조금도 개선될 가망이 없다는 것과, 대도시 국민학교의 저학년에 있어서는 72학년도 이후에도 계속 이부제 수업이 불가피함을 뜻하는 것으로, 고도성장이 구가되고 나라안의 모든 부문이 발전이 궤도에 올랐다고 자랑하고 있는 오늘의 한국에서 유독 교육계만이 십년여일의 답보상태를 일치 못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슬픈 징표가 아닐 수 없다.
통계에 따르면 69년6월말 현재 우리나라 국민학교의 전체 학급 수 8만8천5백여개 가운데 학급당 법정정원 60명을 넘어 61명 내지 79명을 수용하고 있는 학급이 전체의 59·6%(5만6백73개 교실)나 되며 그밖에 1학급당 80명 이상을 수용한 콩나물 교실은 전체교실 수의 11·5%(1만3백76개 교실)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은 숫자는 미국교육회(NEA)가 실정한 적정규모의 학급당수용인원 20명 내지 24명의 이상에서는 물론, 인국 일본의 33·9명과 견주어서도 너무도 비참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콩나물 교실사정이나 이부제 수업 등의 비정상을 그대로 두고서 의무교육과 국민교육의 질적 향상을 바란다는 것은 가히 연목구어의 외침을 되풀이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여부는 이제 고식적인 긴급대책의 강구운운으로 사태를 호도하기에는 너무도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신축교사의 수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업단지용 부지의 확보를 위하여 전가의 보도처럼 자주 사용하는 토지수용법의 발동도 불사해야 할 것이며, 다른 부문의 예산일부를 전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최소한의 시설확보를 위하여 모든 정부기관의 협동적 역량발휘가 요청된다할 것이다.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되어 있는 의무교육시설확충계획의 목표조차를 69년말 현재 고작 50%도 미처 달성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교육투자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당국의 인식이 아직도 극히 부족하다는 반증 밖에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우리는 위정감국자들에 대하여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종합적인 국가시책의 수립이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역설하고자 한다. 교직자에 대한 획기적인 처우개선책을 비롯하여 각급 학교교육의 질이 적어도 세계적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정신적·재정적·사회 정책적 종합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되지 않는 한,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기술사회화·지식사회화의 물결 속에서 한국이 자신의 존재를 주장할만한 자리는 없다는 것을 경고해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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