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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이렇게 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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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호 10면

“소수 정예가 장시간 일하는 현재 고용 구조는 한계상황”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기업들이 소수정예를 뽑아 장시간 노동시키는 현재의 고용구조는 한계에 도달했다”며 “고능력·고임금 영역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야 고용률이 높아지고 노동·삶의 질도 좋아진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4대 보험 적용 등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릴 경우 기업들이 안게 될 부담은 정부가 지원하고, 간호사처럼 업무 범위가 명확한 직종부터 시간제 일자리를 적용하면 큰 문제 없이 고용률을 높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려는 배경은 뭔가.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향후 5년 동안 일자리를 250만 개 만들어야 한다. 노무현정부 때 120만 개, 이명박정부 때 125만 개를 만들었다. 지금은 그 두 배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 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고용률이 특히 떨어지는 그룹이 청년과 여성이다. 우리 기업들이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소수정예를 뽑아 장시간 일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런 체제에선 청년 일자리가 나오기 어렵다. 또 대졸 인력 가운데 절반이 여성인데 직장여성들은 출산 뒤 다들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한다. ‘소수정예 장시간 근로’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집에서 쉬는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방식 대신 중간 옵션이 필요하다.”

-시간제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수 있나.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정규직 풀타임을 파트타임으로 일부 바꾸거나 8시간씩 3교대 근로방식을 6시간씩 4교대로 바꾸면 된다. 제일 큰 이슈는 근로자가 풀타임과 시간제를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단축청구권’과 ‘통상근로자 전환권’을 도입하는 것이다. 풀타임 근로자가 시간제로 전환하는 건 기업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처음에 시간제로 들어온 근로자가 1년 뒤 풀타임으로 전환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노사정 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어떤 업종에 시간제 일자리를 우선 도입할 수 있나.
“업무 범위가 명확해 일이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성과를 바로 측정할 수 있는 업종은 무엇이든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다.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 가운데서도 병원 간호사나 소프트웨어 등 연구개발(R&D), 금융 분야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재계에선 ‘시기상조’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들에 ‘지금처럼 소수정예를 뽑아 장시간 근로를 시키는 방식이 지속가능한 모델이냐’고 묻고 싶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지식정보사회로 돌입한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이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면 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주 5일제 도입 때도 기업들이 난리를 쳤지만 지금은 별 문제 없이 정착됐다. 근로시간 단축이란 큰 흐름은 보수·진보를 떠나 시대적 과제라고 본다. 정부가 4대 보험료 등 추가 고용 때 늘어날 기업의 간접비용을 지원해 주고, 시간제 일자리 창출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 기업들도 따라오지 않겠나. 또 기업들이 필요할 때마다 바로 쓸 수 있는 인력뱅크를 만드는 것도 정부 몫이다. 구직자들의 경력과 가능한 업무영역을 망라한 인력 풀이다.”

-노동계에서도 ‘시간제 일자리는 노동유연성을 높여 나쁜 일자리를 양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풀타임 정규직은 ‘선’이고 나머지는 다 ‘악’이라고 하면 고용을 늘릴 수 없다. 목표는 풀타임 정규직 자체가 아니라 안정된 고용, 높은 임금등 근로자의 행복이다. 노동계가 원하는 것과 배치되지 않는다. 간호사의 경우 우선 국립병원부터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해 볼 수 있다. 정부가 좋은 사례들을 만들어 노동계를 안심시켜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가칭 ‘시간제 근로자법’을 올해 안에 발의할 것이다. 풀타임·파트타임 간 호환성을 보장하고 임금 차별을 금지하며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는 게 골자다. 쉬운 일은 아니어서 의견 수렴을 많이 한 뒤 발의할 계획이다.”

최정동 기자

“풀타임·파트타임 자유 이동 관리 힘들고 조직에도 부담”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호성 상무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호성 상무는 “정부가 추진하는 ‘시간제 일자리’ 추진안이 좋은 성과를 낼 것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상무는 “기존의 풀타임 일자리를 파트타임으로 만든다고 일자리가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한 사람이 하던 업무를 두 사람이 하면 인사관리 부담만 커지고, 조직 분위기도 깨지는 등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신 새로 만들 시간제 일자리의 근무기간 제한(2년)을 없애거나 두 배로 늘리면 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동참하기 쉬울 것”이라며 “제도 개선에 앞서 기업들의 고용 노력을 긍정적으로 봐주는 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로드맵은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의 방안은 기존의 정규직 근로자가 파트타임 일자리와 풀타임 일자리를 오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이 이렇게 파트타임 일자리를 병행해 고용하면 인사관리를 따로 해야 한다. 또 우리나라는 연공형 임금체계인데 그 핵심은 팀플레이다. 한쪽에선 풀타임으로 일하는데 파트타임하는 사람도 팀이 낸 성과를 공유하라고 하면 조직 분위기가 깨진다. 한마디로 기업들로선 이 제도를 받아들일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우리나라의 노동유연성이 너무 떨어지니 기업들은 어떻게든 채용을 줄이려 한다. 한번 채용하면 회사가 망하기 전엔 내보낼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 특히 대기업은 채용여력이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결국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들이 숨은 일자리를 만들 여지를 찾아야 한다. 요즘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라는 사회적 요구에 응하고 있다. CJ그룹은 ‘리턴십 프로그램’으로 경력단절 여성을 채용하고 있고, SKT도 고객 상담 서비스직을 시간제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업들이 리스크(위험) 분산을 위해 아웃소싱해 왔던 일자리를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아직은 실험적인 단계지만 지켜봐 주면 성공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일자리가 생길까.
“대기업이 만든 시간제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분류하지 말아야 한다. 근무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규정을 예외로 하든지 두 배로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인 조치에 앞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호응하려 해도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시선이 문제다. 시간제를 늘리는 걸 ‘인건비 싸게 들이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면 기업들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어내려고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면 그 이상의 인센티브도 없을 것이다.”

-정치권에선 시간제 일자리 관련 법을 만들려고 한다.
“법안에서 ‘근로시간 단축청구권’이나 ‘통상근로자 전환권’ 같은 조항을 빼야 한다. 이는 정규직 근로자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지,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이 아니다. 지금 법 조항대로 출산·육아 등의 사유를 한정해 예외적으로 근로시간 변형을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시키면 된다고 본다. 대부분의 시간제 일자리는 중소기업에 있고,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시간제 근로자는 2.6%에 불과하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근로자 전환 청구권은 주로 대기업에 해당되는 조항이다. 3%도 안 되는 대기업 시간제 근로자들의 이슈를 전체 근로자의 문제인 양 제기하는 구조를 깰 필요가 있다.”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자는 쪽에선 네덜란드 사례를 든다.
“노동유연성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독일·일본은 시간제를 늘리기 위한 개혁정책을 펼쳐 65%대였던 고용률을 5년 만에 70%대로 올렸다. 정규직 풀타임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유연성을 확대해 채용 여력을 늘릴 수 있다면 고용창출이 가능하다. 연공식 임금체계란 점에선 유일하게 일본이 우리와 비슷하다. 일본을 벤치마킹 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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