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초 실종' 고발 하루 만에 … 김만복·조명균 출국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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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복(左), 조명균(右)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사건(이른바 ‘사초 게이트’)과 관련해 김만복(67) 전 국정원장, 조명균(56)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등 3~4명이 26일 출국금지 조치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이날 조 전 비서관을 비롯해 당시 대화록 작성과 국가기록원 이관에 관여했던 청와대·국정원·국가기록원 등의 핵심 관련자 3~4명을 출국금지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대화록 실종 사건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지 하루 만에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김 전 원장은 지난달 24일 국정원이 정상회의 대화록을 공개하자 “나는 그런(대화록 작성) 사실도 몰랐다. 허가 없이 작성돼 항명죄에 해당한다”고 반발했었다. 하지만 당시 김 전 원장의 지시로 회의록을 작성했던 현직 국장급 직원이 김 전 원장의 서명을 공개하자 입을 닫았다. 조 전 비서관은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 배석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이후 녹음파일을 근거로 대화록을 최종 정리·보고했던 핵심 인물이다. 조 전 비서관은 특히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지난 1~2월 정문헌·이철우 새누리당 의원,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서해북방한계선(NLL)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할 때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는 당시 “노 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대화록을 작성해 보고했더니 ‘남북관계 때문에 후임 대통령도 봐야 하니 국정원에서 관리하고 청와대에 두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었다. 이 때문에 대화록 폐기 여부와 그 과정을 자세히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동안 조 전 비서관은 해외에 체류 중이라는 소문이 많았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현재 국내에 있다”고 확인했다.

 검찰은 또 이날 고발인 조사도 진행했다. 새누리당 기획조정국 박모 차장을 고발인 자격으로 소환조사했다. 새누리당은 이번에 고발하면서 피고발인을 특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박씨는 조사에서 “조 전 비서관과 함께 회의록 작성과 보관의 핵심 책임자들을 전원 조사해 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당시 대통령비서실장)과 김 전 국정원장, 김경수 전 연설기획비서관,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 김정호 봉하마을 대표 등의 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는 “고발인 조사 이후 주말까지 피고발인 범위, 소환 일정 등 향후 수사 계획을 세운 뒤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 후반부터 피고발인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위해 2008년 국가기록물 유출 사건을 수사할 당시 작성된 수사기록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2008년 7월 당시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의 청와대 기록물이 김해 봉하마을로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국가기록원이 노 전 대통령 비서진을 고발하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이듬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됐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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