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즈·컵」 제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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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 축구는 아시아를 제패했다. 28일 밤 방콕에서 열린 제2회 「킹즈·컵」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개가를 올렸다. 쾌승을 다툰 나라는 인도네시아. 그들은 작년도 패자였다. 1대 0의 전적은 이 경기가 얼마나 백열전이었는지를 알려준다.
방콕의 최근 기온은 30도C. 비록 야간 경기이긴 하지만, 남국의 무더위에서 분전한 선수들의 노고는 짐작할만하다. 더위 속에서의 경기는 체력의 소모가 빠르다. 땀으로 인해서 에너지가 쉽게 발산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팀은 태국과 같은 기후엔 숙련되어 있다. 우리 팀의 실력은 말하자면 그런 악조건까지도 감당해야했다.
축구는 어느 경기 못지 않게 지구력과 인내심과 조직력이 필요하다. 「볼」이 「센터링」되기까지에는 그 전부가 동원되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상륙 작전과도 같은 전투를 연상시킨다. 양쪽 「윙」은 언제나 함포 사격과 같은 엄호를 해서 돌진의 기회를 만들어준다. 적 「팀」 문전에서의 수라장은 거의 육박전의 경지이다. 이번 쾌승전에서도 한국 「팀」이 결정적인 한「골」을 얻은 것은 몸으로 밀어 넣는 육탄의 실력이 발휘된 때문이다.
일제 시대에 우리의 축구가 번성했던 것은 우연은 아닐 것 같다. 그 경기가 주는 통쾌감은 우리의 선배들로 하여금 축구에 매혹되게 했다. 속칭 『들어 뻥』이라고 하는 「볼」 차기는 정말 장관이다. 공을 드높이 차올려 멀리만 가면 그 선수는 명인의 대우를 받았었다. 이것은 승리의 「심볼」이라기보다는 민족적 울분의 해소에 더 큰 뜻이 있었을 것이다. 당시의 축구는 식민지 민족에겐 하나의 국민적 정신 건강제 있을 것 같다.
축구는 어느 경기 못지 않게 바로 그 정신 건강의 효과가 크다. 광활한 운동장에서 선수들이 혈기왕성하게 뛰는 광경은 관중에겐 여간 후련한 기분이 아니다.
국가에서도 이런 경기는 좀 장려하는 것이 좋겠다.
물가고·정치고에 시달리다 보면 만사에 체념하기 쉽다. 더구나 도시민의 정신 건강은 그 도시의 어지러움이 주는 압박감에 눌려 있다. 스포츠를 통한 정신의 해방은 도시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방콕」의 유쾌한 「뉴스」만해도 벌써 우리의 멍청한 정신이 번쩍 차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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