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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빠진 순항|단독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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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야당 없는 국회는 의안의 속결 기록을 세우며 표면적으로는 순항한다. 그러나 단독 국회 뒤 안에는 국회답지 않게 맥빠진 일 처리와 성원 미달 등 문젯점이 줄달아 있다. 국회의원도 「무수정 통과」가 당연한 것처럼 돼 의안 심의에 열의를 갖지 못하지만 행정부마저 국회를 어려워하지 않고 중요 안건에다 행정부 편의에 맞춘 「오늘안 처리」라는 시한을 붙여 제안함으로써 의원들의 「콤플렉스」를 더욱 부채질한다. 7대 국회초 야당의 국회 등원 거부 투쟁 과정에서 생긴 당시의 「10·5구」는 2년 후인 지금 다시 「정우회」란 간판으로 단독 국회의 의족 역할을 톡톡히 맡고 있다.
공화당 단독으로 국회를 운영하다보니 국회 본회의와 위원회는 정원수 채우기가 쉽지 않다. 21일부터 다섯 차례 열린 국회 본회의는 성원 미달 유회 (24일) 성원을 기다리기 위한 개회 시간 지연 등을 되풀이했다. 더욱이 공화당의 정구영 백남억 의원과 유진오 신민당 총재가 낀 법사위는 성원 채우기에 진땀.
지난 26일 성원 미달로 유회됐다가 27일 백 의원을 불러와 간신히 국정 감사 일정을 협의했고 국방위도 의장 권한 대행으로 바쁜 장경순 부의장을 납치해오다 시피하여 회의를 성립시키기도.

<정우회가 야당 대역>
6대 국회 초의 단독 국회 때를 제외하고 줄곧 소외돼오던 정우회가 야당 대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상임위원장들은 회의 때마다 한두명 밖에 없는 정우회 의원의 출석을 확인하는가하면 국방위의 신윤창 간사는 유일한 정우회 소속인 김익준 의원에게 『야당역을 잘해 보라』고 격려, 특히 국회법에서 둘 이상의 교섭 단체가 참석해야만 하도록 된 국정 감사에는 정우회 의원이 더할 수 없이 귀한 존재가 되어 있다.
교체위에서는 단 한사람뿐인 정우회의 이병주 의원이 APU에 참석 중이어서 이 의원이 돌아 올 12월2일까지는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다.
정우회 소속 의원들의 희소가치는 다른 상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는데 각 상위 위원장은 이들의 신병 확보 (?)를 위해 극진한 대접을 아끼지 않는 형편.
건설위의 차형근 의원은 서상린 원내 부총무로부터 『잘 봐 달라』는 애원조의 부탁을 받는가하면, 농림위의 이종근 위원장은 최석림 의원에게 『지방 감사 때는 아예 내가 모시고 다니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정부 원안대로 통과>
제3회 추경 예산안을 종합 심사한 예결위는 불과 3시간만에 1백88억원의 추경 예산안을 넘겨버렸다.
26일 하오에 열린 예결위는 위원장 선출, 간사 선임에다 전례 없는 간사 인사말 등으로 1시간 가량을 소비했는데 구태회 위원장과 이백일 간사 위원은 인사를 통해 『야당이 출석하지 않은 가운데 예산안을 다루게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지만…정책 질의가 2시간 정도 진행되자 서상린 부총무와 귓속말을 주고받은 이현재 의원이 나가 『이 정도면 진지한 심사를 했으니 정부 원안대로 일괄 통과시키자』고 동의해서 이의 없이 통과를 선포했다.
재경위는 27일 정부가 내놓고 전격 처리하려던 차기 동의안에 브레이크를 걸어 예결위와 대조를 이루었다.
정부측은 『시급하다』는 이유로 총 규모 3천1백만「달러」 (원리금 합계)인 11건의 차관 협정 체결 동의안을 모두 처리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신용장 개설일이 12월16일인 산업선 전철화 사업의 차관 계약 동의 안만을 처리한 뒤 1시간 가까운 비공개 회의 끝에 나머지는 모두 국감 뒤로 미루기로 결정. 속결은 제동에 걸렸다.
박종태 이병옥 이만섭 의원들은 『행정부가 안건 심의에 「D데이」를 정해서 벼락 처리를 요청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경고를 하기까지.

<신민선 폭로전안도>
여당의 이같은 일사천리의 일 처리에 대해 신민당 의원들은 미리 준비한 국감 자료가 아까운지 「지상 국감」을 계획하고 있다. 김형일 김세영 박영록 김은하 김상현 의원 등은 『준비한 자료를 묵히기가 아까우니 각 의원들이 조사한 정부·여당의 불법 비위를 한데 묶어 폭로하자』고 제의했고, 양회수 김현기 의원 등 일부에서는 당 대변인이 『일일 일건 주의』로 폭로전을 펴자는 주장이지만 정성태 김재광 의원 등은 『국회 출석을 거부한 이상 철저하게 방관하자』고 이의를 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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