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성장호르몬으로 풀어보는 ‘노화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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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의원 권용욱 원장

사업을 하는 57세의 H씨가 노화방지클리닉을 방문했다. “몇 년 전부터 지구력이 떨어져서 쉽게 피로감을 느낍니다. 좋아하는 골프도 재미가 없어지고 부부관계도 시들하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져서 사업에도 집중이 안 됩니다.

건강관리를 위해 술, 담배도 끊고 몸에 좋다는 음식만 골라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 보는데 좋아지기는커녕 증상이 계속 진행되는 것 같아서 수소문 끝에 노화방지클리닉을 찾아왔습니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해보아도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는 H씨를 검사해보니 간 기능을 비롯한 일반적인 혈액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그러나 신체의 기능과 노화 정도를 잘 나타내주는 호르몬을 검사해 보니 젊음을 유지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호르몬인 성장호르몬이 젊은 사람의 30%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성장호르몬을 적절히 보충하고 생활습관 교정요법을 실시하는 등 전반적인 호르몬 균형요법을 실시하였다.

치료를 시작한 지 약 4주 후부터 숙면을 취하고 피로감이 줄어들고 활력이 생기기 시작하였으며 3개월 후 재측정한 결과 호르몬은 모두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체지방이 줄고 근육량이 늘어 허리둘레는 2.5cm 감소하고 근력은 10% 향상되었다.

활력이 넘치는 것은 물론 기억력이 향상되고 덤으로 성 기능까지 되찾아 젊은 시절의 자신감을 되찾은 H씨의 생체나이를 6개월 치료 후 다시 측정해 보니 55세로 나타나 처음보다 11년 젊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애당초 성장호르몬요법은 왜소증 환자의 키가 자라게 할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나 성장호르몬이 대사 개선에 다양하게 작용함이 밝혀지고 성인병 예방과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음이 알려지면서 노화방지를 위한 호르몬 균형요법에서 주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중년 이후 노년에 이르기까지 심혈관 질환 증가, 체지방 및 복부비만 증가와 근육량 감소, 골밀도와 피부 탄력성 감소, 만성피로 및 무기력증, 성 기능 저하,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우울증 및 불면증 등 노화 증상들은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의 증상과 대부분 일치한다. 이런 현상에 착안하여 노화로 인해 성장호르몬이 감소한 노인들에게 성장호르몬 보충요법을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위의 사례에서처럼 6개월간 치료를 받은 그룹에서 비교군에 비해 체지방이 14.4%가 줄고 근육량은 8.8%가 늘어난 것이다. 성장호르몬이 지방분해효소를 활성화시키고 지방 합성을 억제하여 체지방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복부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탁월했다. 또한,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근육을 만들므로 근력이 좋아지고 운동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피부와 관절에 많은 단백질인 콜라겐 합성도 촉진하여 피부가 다시 두꺼워지고 인대, 근육, 관절이 부드러워지므로 몸이 다시 유연해지는 효과도 나타났다.

그 밖에도 심장과 혈관이 건강해지고 뇌의 신경전달물질 농도도 증가시켜 정보 이동과 반응속도가 빨라지므로 단기기억력과 신체 반응속도가 좋아진다. 성장호르몬은 암 발생 초기에 암세포를 공격하는 NK세포(Natural Killer Cell) 생성을 촉진하고 면역기능을 향상시키는데 결과적으로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부터 암과 같이 중한 질병까지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정신적 증상 개선 효과도 나타나는데, 노화로 인한 의욕 상실, 자신감 저하, 불면증, 우울증, 불안감, 초조감 등이 좋아진다. 이런 정신적 증상 개선은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후 가장 먼저 나타나는 효과로, 빠른 사람은 치료 시작 1~2주 후면 불면증이 없어져 숙면을 취하게 되고 자신감과 의욕이 살아나는 것을 느끼며, 거의 모든 사람이 우울과 불안, 초조감이 없어지고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모든 치료가 그렇듯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다행히도 좋은 효과에 비해 큰 부작용은 없다는 점이 성장호르몬 치료의 장점이기도 하다. 성장호르몬은 노화로 인해 감소한 세포외액을 다시 늘리므로 얼굴이나 손발이 붓는 부종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약 10% 내외에서 발생한다.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 저절로 사라지지만 만약 증상이 심하거나 저절로 사라지지 않으면 투여량을 줄이면 해결된다. 관절과 근육 내에 수분이 증가하여 가벼운 관절통이나 근육통이 있을 수도 있으나 발생률은 5% 이하이다. 치료 초기에 머리가 띵하거나 두통을 느낄 수 있으나 매우 드물며 며칠 후 저절로 사라진다.

성장호르몬은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일일 제형과 일주일에 한 번 투여 하는 주1회 제형이 있다. 성장호르몬을 맞고자 한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투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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