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태, 당지도부 만류에도 회견 강행 "정계은퇴 운운 문재인 … 거취 결정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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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태

25일 오전 7시30분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대표실에 모였다. 이날 모임의 초점은 조경태 최고위원의 기자회견을 만류하는 것이었다. 5·4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2위로 지도부에 입성한 조 의원은 문재인 의원과 함께 딱 두 명뿐인 부산 지역구(사하을) 국회의원이다. 당내에선 대표적 반노(反노무현) 인사로 꼽힌다. 최고위원들은 “전날 당수(黨首)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로에게 돌을 던지지 말자’고 간곡히 당부했는데 다음날 아침 지도부 중 한 명이 나서 당내 인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면 대표도 당도 이로울 게 없다”고 설득했다.

 잇따른 만류에도 조 의원은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선(先) 국정조사-후(後) 대화록열람의 당 기조가 ‘정상회담록 전면 공개’로 선회한 건 문재인 의원의 강력한 주장 때문이었는데 본인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면서 만류를 뿌리쳤다.

 그는 오전 9시30분 국회에서 진행된 회견에서 “민생은 내팽개치고 지켜야 할 원칙을 버린 채 어제는 정파의 이익을 위해 대화록 공개, 정계은퇴를 운운하면서 나라를 뒤집었던 분이 오늘은 일방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NLL(북방한계선) 논쟁을 종식하자고 한다”고 문 의원을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의원의 성명을 접하니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다.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의 극치다. 더 이상 당에 해를 끼치지 말고 당을 위기와 혼란에 처하게 하고 소모적 정쟁의 중심에 선 사람으로서 국민과 당원 앞에 정중히 사과하고 한 말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화록 무단 공개와 마찬가지로 실종사건은 또 하나의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다. 최선의 방법은 이른 시일 내에 검찰수사를 통해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특검이 아닌 검찰수사를 해야 한다는 거냐는 질문에 “특검은 두 달 정도 걸리고 여야 공방이 있을 수 있다. 빠른 시간 내 해야 한다”며 검찰 수사를 지지하는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24일 김 대표는 정상회담록 실종에 스스로 유감을 표한 뒤 당의 화합을 촉구하면서 특검 요구 쪽으로 당의 의견을 한 데 모으려 했다.

 그는 “문 의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것이냐”는 물음엔 “그것까지 포함해 본인이 현명하게 거취를 결정하리라 본다”고 답했다. 조 최고위원은 “‘강경파가 득세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며 “(지금까지 지도부가) 강경파에 휘둘렸다”며 친노 진영도 함께 공격했다.

 역시 비노로 분류되는 김영환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의원은 현 사태의 가장 책임 있는 사람으로서 여론 악화 발언을 하지 말고 가만히 계셨으면 한다”며 “(문 의원이) 덮자고 해서 덮어질 상황이 아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얘기”라고 말했다.

 사초 실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목전에 두고 비노 의원들의 비판 발언이 이어지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상황을 맞은 김한길 대표는 26일 백령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한다. NLL 논란의 와중에 서해 최전방 도서를 찾아가 NLL 수호 의지를 드러내겠다는 뜻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백령도 방문은 갑자기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천안함 위령탑 참배와 군부대 시찰 등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인식·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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