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초 공천제 폐지, 새누리당도 민주당 따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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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당이 당원투표를 통해 기초 자치단체장과 기초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민주당은 내년 6월 지방선거부터 이를 적용하기 위해 새누리당에 선거법 개정을 제안했다.

 기초 단체장·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없애자는 것은 지난해 대선 때 여야가 모두 공약한 것이다. 그런데도 여태껏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당내에서 거센 반대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역 국회의원 중 상당수는 공천제가 없어지면 지역에 득표 기반을 갖고 있는 토호세력에게 유리하며 신인의 등장 가능성이 줄어들 거라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공천이 없으면 정치적으로 약자인 여성과 장애인의 정계 진출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여야의 대선공약 확정 전에도 제기됐던 것이다. 여야는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에서 과도한 정치성을 배제하고 기초 단체장·의원에 대한 정당과 국회의원의 기형적인 압박을 없애기 위해 공천제 폐지를 공약했다. 문제보다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 변화를 결정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대선 이후 여야가 미적거리자 일단 공천제 폐지라는 실험을 해보고 드러나는 취약점은 보완해 나가자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번에 민주당 당원들은 3분의 2의 찬성으로 이런 변화를 선택했다. 찬성률이 높은 것은 당의 지도부나 의원과 달리 민심은 공천제의 부작용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새누리당은 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지는 못한 상태에서 일단 지난 4월 재·보선에서 공천을 하지 않는 임시방편을 택했다. 하지만 이런 결정에 따라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당선된 기초단체장들이 최근 복당(復黨)을 추진하고 있다. 당은 이를 승인할 태세여서 변화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공천제 폐지는 선거법 개정으로 제도화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여야가 입법에 실패한 후 내년 6월 선거에서만 편의적으로 공천을 하지 않으면 이후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여야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부작용을 고쳐나갈 수 있을 만큼 지방자치제는 성숙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