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문제에 발목 잡힌 현대차 2분기 영업이익 5.2%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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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자동차는 2분기 영업이익(2조4065억원)이 지난해 2분기보다 1316억원(5.2%) 줄었다고 25일 밝혔다. 상반기 전체로는 3556억원(-7.7%)이 감소했다. 국내 판매 부진, 노동조합의 주말특근 거부 등이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도 문제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세계 시장 수요 전망치를 연초 예상보다 더 낮췄다”고 말했다.

 #2. 현대차 노조는 24일 임금 협상과 관련, “(사측 제안이) 조합원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교섭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투쟁으로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과거 파업 홍역을 겪은 쌍용자동차는 25일 4년 연속으로 파업 없이 임협을 마무리했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노조의 협력으로 회사 정상화의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더 많이 팔고도 남는 건 줄어드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비 5.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2% 줄었다. 이마저도 국내 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하면서 지켜낸 결과다. 현대차 관계자는 “영업이익 감소는 현대차의 강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수익성만큼은 다른 업체를 압도해왔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10%였다. 100원어치 팔면 10원 남긴다는 얘기다. GM은 이 비율이 4.7%, 도요타는 3.5%, 폴크스바겐은 5.7%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8%대로 떨어졌다.

2분기에는 두 자릿수(10.4%)를 겨우 회복했지만 현대차의 걱정은 크다.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가격은 대중차, 품질은 프리미엄급’인 차를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온 모듈화 등 생산 방식 혁신만으론 수익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노동 생산성 확대, 노사 갈등 손실 최소화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9월 집행부 선거를 앞둔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에서 강경한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생산성은 낮다. 현대차에서 차 한 대를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0.7시간이다. 닛산은 18.7시간, 포드는 20.6시간이다. 현대차 내에서도 국내 공장의 인력 운용 효율성(편성 효율)이 해외 공장의 60% 수준이다.

반면 한국자동차 산업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34.8달러로 일본(37달러), 미국(38달러)에 근접했다. 현영석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만한 노사 관계에 한국 자동차 산업의 사활이 걸려 있다”며 “일방적 요구가 아닌 서로 주고받는 노사관계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오일 현대차 노조 대외협력실장은 “모든 것을 노동자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며 “주말 특근은 거부한 게 아니라 대체인력 운용에 대한 노사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직원이 10명인 소규모 광고회사인 크리에이티브에어(업계 40위)에 80억원 규모의 그룹 이미지 광고를 발주했다. 일감 나누기를 위해 자격 제한 없이 완전 경쟁입찰을 한 결과다.

김영훈·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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