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문을 여는 「전자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현재 한국에서 제조되고 있는 전자제품을 망라한 제1회 한국 전자전람회가 덕수궁 옆 국립 공보관에서 열리고 있다 (18일∼25일) . 주최는 정부지정 전자공업진흥기관의 하나인 한국정밀기기「센터」. 전자공업(일렉트로닉스)의 발전은 국내외 할 것 없이 눈부시다. 외국에서는 60년대를 3C혁명시대라 부르고 있고 70년대는 3E혁명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3C란 「커뮤니케이션」「컨트롤」「컴퓨터」를 말하는 것인데 이 3C는「일렉트로닉스」의 세 기둥이니까 60년대야말로 전자공업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년대에 가서는 「일렉트로닉스」가 중추가 되어 다른 2개의 E분야와 함께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이므로 3E혁명이라고 하는 것 같다. 미국의「벨」연구소에서 이른바「마법의 돌」 이라는「트랜지스터」를 발명하여 전자공업시대 도래를 예고한 것은 겨우 21년전의 일. 1953년에 그것을 이용한 전자회로가 비로소 미국에서 제품화했고 그보다 2년 뒤에 일본서 최초의「트랜지스터·라디오」가 나왔다. 그 뒤 15년도 안되는 시일에 전자공업은 황금시대를 맞게된 것이다.
진공관을 밀어내 버리고「트랜지스터」수년전 부터 IC (집적회로)에 쫓기는 처지가 되어 있고 70년대 초부터는 다시 LSI (고집적회로) 가 IC를 압박하게 될 것이라는등 전자공업계는 자주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
지난61년에 20개 업체에서 겨우「라디오」나 조립했던 우리나라 전자공업계도 정부가 지난66년 전자공업을 수출전략 산업으로 결정하고 육성에 힘쓰면서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작년에 비해 금년에는 전자공업「메이커」가 배로 늘 정도이고 외국의 투자도 자못 활발하다. 금성사가 TV를 조립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의 일인데 현재 국내에서 TV를 조립하는 업체는 7개로 늘어나 있다.
생산고가 61년의 약10억원에서 68년 말의 약1백40억원으로 는 것과 같이 수출고도 해마다 늘고 있다. 65년의 수출고 1백79만불에서 68년 말의 2천만불 까지는 약11배의 증가인데 이것이 70년에는 1억불이 되고 그 뒤에는 2년마다 배로 된다 (72년=2억불, 74년=4억불).
지난 5월 현재 우리나라의 전자공업「메이커」는 1백39개를 헤아리게 됐다. 그 업체수도 74년에는 5백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메이커」들이 늘고있는데 따라 외국에서 한국전자공업의 실태를 파악 못할 뿐 아니라 국내「메이커」들도 서로 서로가 무엇을 만드는지 캄캄해하는 실정이었다.
지난1월18일에 공포된 전자공업진흥법에 의거해서 국립공업 연구소 (주로 품질검사) 한국과학기술연구소(주로 연구개발)와 함께 주로 기술훈련을 맡은 한국정밀기기「센터」는 이와 같은 실정과 70년에 우리나라에서 한국전기전자학술회의가 개최되기도 하는 등의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전자전람회를 서둘러 열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전람회에는 77개 업체 (미국·일본회사 포함) 와 4개 기관에서 3천여점을 출품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에 가서는 품목이 얼마 안되고 질이나 값에 있어서 외국제품과 경쟁이 될는지 의문시되는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말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외국의 일류전자「메이커」와 제휴하여 질과 가격에 있어서 국제경쟁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삼성전자(70년3월 제품생산) 등 대규모 공장이 건설되고 있고 또한 계획되고 있는데 이번 전자전람회는 본격적인 국제경쟁에 앞서 남을 알고 나를 아는 계기가 되게 하는데도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