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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FA 이적료 뜨거운 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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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수(25)가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와 전격적으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국내 프로축구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자유계약(FA)선수로 첫 해외 진출을 선언한 고종수에 얽힌 문제의 핵심은 이적료를 받을 수 있느냐 여부다. 이는 마치 다국적기업의 거센 '시장 개방' 요구에 맞서 개발도상국이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강화하는 것과도 닮았다.

교토측의 입장은 명료하다. FA(free agent)란 어떤 구단에도 소속되지 않은 선수이기 때문에 이적료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이다. 교토의 실무책임자인 호소카와 고조씨는 "한국 내에선 FA라 하더라도 다른 구단으로 옮길 때 이적료를 내는 규정이 있으나 이를 외국 구단에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일본에서도 J리그 팀으로 옮길 때에는 이적료가 있지만 해외로 옮길 때는 이적료가 없다"고 말했다. 올 초 일본 J리그에서 안양 LG로 건너온 마에조노도 이적료는 없었다.

국제적인 관례로 볼 때도 이적료를 받아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유럽 빅리그 등 어디에서도 계약기간이 끝난 선수의 경우에는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종목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말 FA자격을 획득할 이승엽(27.삼성 라이온즈)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경우 삼성은 이적료를 한푼도 받을 수 없다.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괴물타자' 마쓰이도 지난해 말 FA가 되면서 이적료 없이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뉴욕 양키스로 건너갔다.

고종수와 관련한 수원 삼성과 교토간의 분쟁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소로까지 진행된다면 결과는 교토측에 유리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한국프로축구연맹측은 "FA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원동 사무국장은 "한국은 기본적으로 특정구단과 보류조항에 의해 종신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FA란 종신계약으로 묶이는 선수들에게 일정 기간 뒤 구단 선택의 자유를 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FA신분 획득=계약기간 종료'로 이해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교토가 한국의 FA선수인 고종수를 데려가려 한다면 한국의 FA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수원 뿐만 아니라 프로축구연맹까지 이 문제에 집착하는 것은 국내 프로축구계가 뿌리째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연맹 관계자는 "김대의 등 국내 일급 선수들의 연봉은 일본 선수들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일본 프로구단으로선 입맛이 당길 수밖에 없다. 고종수가 선례가 돼 이적료 없이 FA가 일본으로 진출하게 된다면 일본 구단에서 국내의 우수한 선수들을 싹쓸이하려 들 게 뻔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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