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횡포여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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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행선지를 잘모르고 탄 할머니를, 내릴때『차비를 안내려고 꾀를 부린다』고 여차장이 발길로 배를 차 3주일의 치료를 요하는 상처를 입혔다는 끔찍한 기사가 있었다. 교통난은 해마다 심해져 요즘엔 좌석「버스」마저 콩나물 시루 같다. 물론 수입을 올려야 하는 차장의입장을 생각해볼 때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지만 이건 아무래도 횡포가 아닐 수 없다.행동이 민첩하지 못한 손님은 차장이 미리 알아서 서둘러야 한다는 것은 직업전선에서 터득해야할 요령이 아닐까 생각하며, 아마 그 차장은 그순간 지독히 화가 났었거나 아니면 보기드물게 심술궂은 아가씨였을 것 같다. 어젠 등굣길에 좌석「버스」를 탔다.「버스」를 잘못탄 손님이 있었든지『차장이 손임은 여기서 내리세요. 그리고 좌석「버스」33번이나 58번을타세요」하고 세심하면서도 간결한 안내를 해주는 것을 보았다. 같은「버스」의 승객으로서 나는 매우 고마웠고 그 차장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상해를 입힌여차장의 악한 얼굴을 상장할 수가 없다.「마이카」「붐」을 타고 부쩍 자가용이 눈에 많이띄지만 일반 시민의 발은 여전히「버스」인 것이다. 특히 상쾌한 아침「버스」를 탈 때, 차장이 조그마한 성의와 상냥함을 베풀어 줘도 그지없이 고맙게 여겨진다. 그러나 차를 타고내릴 때 잡아당기거나 밀면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내려서 학교에 걸어 갈때까지 돌을 발길로 차고 싶을 지경이다.
승객과 차장이 날마다 웃으며 지낼 수 있다면 그야말로「디즈니랜드」의 기적같이 생각되겠으나 생각해 보면 결코 불가능한 일만도 아닌 것이다. 물론 차장들의 일과를 이해할 수도있지만 깨끗하고 여성적인 차장을 볼때는 같은 여성으로서 매우 흐뭇하다.
더러는 둔하고 주책없은 승객이 있어서 나까지도 화가나는데 차장들이야 오죽하랴 싶어질때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언젠가는 아니 멀지않아 편안한「버스」를 탈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오늘도 내가 차장의 지친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부드러운 말씨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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