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애들 볼까 무서워 저녁엔 금족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 15일 오후 7시 인천시 서구 심곡동 서구청 뒤편. 거리에 어둠이 깔리면서 러브호텔과 나이트클럽.단란주점의 대형 네온사인에 일제히 불이 켜졌다.

러브호텔은 건물 자체가 꼬마 전구와 네온사인으로 둘러싸였고, 나이트클럽과 노래방에선 요란한 음악이 터져 나온다. 거리엔 아찔한 옷차림의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이 가득하다.

이 일대 태영.삼성.광명 아파트 주민 1천여명은 "조용한 주택가가 몇년 새 인천의 환락가로 전락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늘어만 가는 숙박.유흥업소=1998년만 해도 이 지역은 여관이나 술집이라곤 없는 평범한 아파트촌이었다. 하지만 99년 러브호텔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2000년부터는 성인 나이트클럽과 룸살롱.단란주점이 우후죽순처럼 늘어 송도에 버금가는 유흥가로 떠올랐다.

현재 러브호텔로 불리는 숙박업소 15곳과 유흥업소 34곳, 노래방 12곳, 이용업소 7곳이 성업 중이다.

러브호텔은 '러브체어.물침대 완비'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고, 주차장엔 자동차 번호판 가리개를 갖추고 있다. 이들 호텔 지하엔 단란주점이나 노래방.이용업소들이 입주해 영업하고 있다.

주민들은 "노래방에서 술을 파는 것은 물론 '도우미 아줌마'들의 퇴폐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쾌적한 주거환경 돌려달라"=러브호텔과 유흥업소 주변 도로는 밤마다 몰려드는 차량들로 북새통이다.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차량들은 차도뿐 아니라 인도까지 점령하기 일쑤다.

주민 윤철중(51)씨는 "주민들이 인도에 세워둔 차량 때문에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으나 구청과 경찰에선 단속을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교육환경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유치원생을 포함해 5백여명의 학생들이 이용하는 통학로를 조금 벗어나면 러브호텔이나 유흥업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낮에도 젊은 남녀가 부둥켜 안은 채 여관에 들락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학부모 김은정(42)씨는 "어린 학생들이 집 주변에 난립한 러브호텔 등을 보면서 무엇을 배울지 걱정"이라며 "저녁에는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의 외출을 막는다"고 말했다.

◇단속 고삐 죄는 구청.경찰=관할 서구청과 경찰은 이 일대 러브호텔과 전쟁을 벌이겠다는 각오다. 구는 우선 러브호텔로 불리는 숙박업소가 밀집한 구청사 주변을 주 1회 이상 특별 단속키로 했다. 또 경찰과 함께 월 1회 이상 합동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유흥업소에 대해선 미성년자 고용 및 불법 구조 변경 행위를 집중 단속하며, 노래방과 이발소 등의 퇴폐.변태 영업행위는 사법기관에 고발할 방침이다.

정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