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용 국산차 질주… 2000㏄미만 수입차 쾌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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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기아 `모닝`, 쌍용 `렉스턴`, 폴크스바겐 `티구안`]

국산차 흐림, 수입차 맑음.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은 이렇게 간추릴 수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은 227만9790대. 지난해 상반기보다 4.3% 줄었다. 현대차(-6.9%), 기아차(-3.6%), 르노삼성(-32.3%) 등 대부분 국산차 업체의 생산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내수 및 수출시장 위축과 생산량 감소가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특히 상반기 국내 자동차산업은 노사 갈등 이라는 해묵은 숙제를 다시 확인했다. 현대차는 노조의 주말 특근 거부로 인해 7만9000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한국지엠 등은 통상임금 관련 소송으로 인건비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임단협 결과가 올해 국내차 전체 실적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안한 경제 상황으로 인한 내수 판매 부진도 국산차 업계엔 부담이다. 상반기 국산차 내수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0.8% 감소한 75만1310대를 기록했다. 차급별로는 희비 쌍곡선이 교차했다. 중형차 판매는 14.6% 감소했다. 반면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과 다목적 차 판매는 각각 16.3%, 31.0% 늘었다. 쌍용 코란도투리스모, 쉐보레 트랙스, 현대 맥스크루즈, 기아 카렌스 등 신차 효과도 한몫했다. 앞으로 시장 판도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업체별로는 쌍용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생산은 19.7%, 판매는 34.1% 늘었다. 렉스턴의 도약이 인상적이었다. 3352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3배 판매가 늘었다. 코란도 C의 판매도 27.7% 늘었다. 코란도투리스모는 5275대 팔았다. 전년 동기엔 5대(로디우스)에 불과했다. 지난 5월 쌍용차는 4년만에 주야간 2교대 근무를 재개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과거 파업 사태의 상처를 극복하고 회사가 정상화 궤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상반기 국내외에서 238만3800대를 팔았다. 내수 판매는 0.8% 줄었으나, 해외 판매는 11.2% 늘었다. 중국에서 선전한 것이 전체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상반기 현대차가 가장 많이 판 차종은 포터(4만6671대)였다. 그 뒤를 그랜저·쏘나타·아반떼·싼타페가 이었다.

 기아차는 같은 기간 총 144만5538대를 팔았다. 지난해보단 3.5% 늘었다. 역시 내수 판매(-5.3%)는 부진했다.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모닝(4만6809대)이었다. 한국지엠은 국내외에서 40만1492대를 팔아 전년보다 판매량이 1.9% 줄었다.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스파크(2만7576대)였다. 르노삼성의 1~6월 내수(2만6309대), 수출(3만2396대)이 모두 지난해보다 줄었다. 르노삼성의 베스트셀러는 SM5(1만4842대)였다.

 반면 국내 수입차 시장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상반기 등록대수는 7만4487대. 지난해 상반기보다 19.7%나 늘었다. 그러나 부익부 빈익빈은 나날이 심화하는 추세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폴크스바겐·아우디 등 독일 4개사의 차가 상반기 팔린 수입차 100대 중 65대꼴이었다. 모든 수입차 업체가 웃은 건 아니었다. 캐딜락은 1~6월 31대를 팔아 전년 동기보다 43.4% 곤두박질쳤다. 인피니티는 상반기 판매가 지난해보다 24.7% 줄었다. 수입차 대중화 추세는 더 뚜렷해졌다. 상반기 수입차 판매의 절반이 배기량 2000㏄ 미만이었다. 모두 3만8888대가 팔려 지난해 상반기보다 30.3% 늘었다. 배기량 3000㏄ 미만으로 범위를 넓히면 점유율이 85.7%까지 뛴다. 윤대성 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2000만원 중후반대 가격의 차가 잇따라 나오면서 수입차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며 “생애 첫 차로 국산차가 아닌 수입차를 사는 20~30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취재팀=김영훈·박진석·이상재·이가혁 기자,

김기범 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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