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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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올해 추곡수매가격을 작년보다 23.8%가 인상된 80kg들이 한가마 5천2백원으로 4백만석정도를 수매할방침이며, 곧 이를위한 3차추경편성에 착수할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작금의 미가는 산지에서 5천3백원을 넘고있어 5천2백원으로 수매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로인해 정부는 예년같으면 11월들어 수매에 착수했어야할 추곡의작황과 수매가마저 공표하지를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수매량을 줄이더라도 수매가를 높이든지 아니면 일반매입을 보류하고 필요한 조절미확보를위해 외곡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우리는 우선 사태를 이렇듯 막다른 국면으로 몰아온 농업시책의 단견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고미가정책이 어제오늘에 비롯된 것이 아닌이상 양정당국은 당연히 면밀한 작황추계에 입각한 수급전망과 원가산정을 통해 적정 수매가격선을 사전에 설정하고, 이에따른 자금수요를 고려한 재정안정계획집행으로 소요재원확보에 만전을 기했어야할 일이었다. 하물며 국민투표를 앞둔 방대한 자금살포로 안정계획이 무너지고 이에따른 농촌유동성증가가 추수기의 이상고미가현상을 초치했으며, 이를 떨어뜨리고 통화호나 수를 위해 추수가 끝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미가통제를 풀지못한채 조절미방출을 계속하는 한편에서 과격한 농자회수를 기도하고있음은 양정부재의 소치라고 하지않을수 없다.
특히 아직 고려단계에 있다고는 해도 앞에 적시한 올해추곡수매계획의 검토방향은 새삼 몇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첫째, 수매가의 과감한 인상조정은 고미가정책의 견지에서 보면 굳이 반대의 명분을 찾을수가 없다. 그러나 획기적인고미가정책은 그파급효과를 예상한 전체물가안정대책을 전제해야하는것이라면 물가정제가 격동하는 현단계의 수매가대폭인상은 시리를 잃은 위험한 것으로 단정할 수밖에 없다.
둘째, 대폭인상된 가격에의한 계획전량수매는 설상가상으로 안정계획에 치명타를 가하여 「인플레」를 가속화 할것이 명백하다. 반면에 수매량을 줄인다면 정부의 양가조절능력이크게 감쇄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가없다
셋째, 수매량축소나 일반수매중단에 대응한 미가조절용외곡도입은 막대한 외곡도입으로 농업생산을 저해해온 지금까지의 우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이렇듯 상충하는 현실적 문젯점과 이로인한 정책의 「딜레머」는 장기간 지속되어온 농업정책의 빈곤과 과도한 공업편중에 따른 농정경시의 소산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수매가를 공표치않음으로써 생긴 농민의 관망상태를 극복하기위한 수단으로서 일방적으로 농자회수를 강행하거나 수매대전의 통장제에 의한 연불등으로 미가하락을 기도한다면 이것역시 고식적이라는 비난을 면키어렵다하겠다.
명실상부한 중농의 바탕위에 선 보다 긴 안목의 농정재검토가 아쉬운 소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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