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햇살 … 태양광 주식, 지루한 장마 끝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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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과연 중국이다. 공급 과잉에 허덕이며 장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태양광주에 볕이 들게 했으니 말이다.

 지난주 코스피 종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종목 상위 2개를 태양광주가 차지했다. 66.7% 상승한 웅진에너지와 26.0% 상승한 신성솔라에너지가 주인공이다. 이들뿐 아니다. 이 기간 태양광 패널의 주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제작하는 OCI의 주가는 12.7% 상승했고, 한화케미칼과 삼성정밀화학은 각각 7.1%, 10.8% 올랐다.

 글로벌 태양광 주식들도 강세다. 최근 한 달간 미국의 한화솔라원, 선파워, JA솔라 주가는 각각 234%, 155%, 121% 급등했다. 태양광주를 포함한 대체에너지 펀드 역시 19일 현재 20% 이상 수익률을 올린 펀드가 5개나 될 정도로 수익률이 좋다.

 미운 오리새끼였던 태양광주를 백조로 만든 건 중국이었다. 16일 중국 국무원이 ‘태양광 산업 의견 지침서’를 발표하며 2015년까지 설치할 태양광 발전 시설 목표를 21GW에서 35GW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설치된 발전시설이 6.2GW인데, 2015년까지 매년 약 10GW씩을 설치하겠다는 뜻이다.

 낙후된 발전 시설을 개선하고 소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도 병행한다. 이렇게 중국 수요가 기지개를 켜면서 하반기 세계 태양광 발전 수요도 20GW로 상반기(15GW) 대비 33%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훈풍이 시차도 두지 않고 글로벌 기업에 미치는 것은 중국의 폴리실리콘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2011년 현재 중국 최대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인 GCL의 생산량이 2만9000t인 반면 해외 수입량은 6만4000t에 달한다. 대부분이 독일(35.8%)과 미국(28.3%), 한국(22.9%)에서 수입된다. OCI 같은 국내 업체도 수혜를 보게 된 셈이다.

 최근의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으로 중국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49개사 중 6개만이 실질 가동하는 것 역시 글로벌 기업엔 호재다. 경쟁력 없는 업체들이 사실상 문을 닫으면서 올 상반기 중국은 자국 업체가 폴리실리콘 2만8000t을 생산하는 동안 4만1000t을 수입했다. 중국 정부가 ‘태양광 산업 의견 지침서’에 관련 업체의 인수합병을 장려한다는 내용을 넣은 것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중국 호재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국내 기업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주요 경쟁국인 미국·유럽연합(EU)이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8일 중국 정부는 미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해선 53.3~57%의 관세를, 한국산에 대해선 2.4%~48.7%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국내 기업은 반사 이익을 누리게 됐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던 EU와의 태양광 관련 무역 분쟁도 미궁에 빠졌다.

 분쟁은 6월 EU가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11.8% 반덤핑 관세를 매기며 중국 정부의 변화가 없으면 8월엔 평균 47.6%로 관세를 올리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곧바로 중국이 EU산 와인에 대한 반덤핑 조사로 맞대응하면서 양측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합의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선 “태양광주에 투자할 땐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태양광 산업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여전히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국내 태양광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는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며 “관련 업체들이 조만간 의미 있는 영업이익을 내기는 어려운 만큼 단기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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