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8~10월은 '새 충돌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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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2일 오전 중국 웨이하이(威海)공항. 승객 66명을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가려던 아시아나항공 310편의 출발이 늦춰졌다. 왼쪽 엔진 입구에서 작은 새와 충돌한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비행기는 1시간 뒤 이륙할 수 있었다. 지난 16일에는 부산을 떠나 제주로 가던 대한항공 1005편이 비행 도중 새와 충돌했다. 제주공항에 내려 점검한 결과 왼쪽 엔진 덮개가 파손돼 있었다. 부품을 교체하느라 후속편 2편이 결항되고 1편이 지연됐다.

 날아가던 새가 항공기와 충돌하거나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버드스트라이크(bird strike, 조류 충돌)가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9년(132건)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국내 버드스트라이크 건수는 지난해 다시 160건으로 늘었다. 2008년(국토부의 공식 통계 기준) 이후 최고치다. 특히 충돌은 8~10월에 집중(50%)됐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추수기로 갈수록 먹이를 찾는 새들의 이동이 잦아지는 탓”이란 추정뿐이다.

 버드스트라이크는 항공사에 큰 피해를 입힌다. 새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면 내부의 블레이드(회전날개)가 손상된다. A330 기종은 엔진 하나당 34개의 블레이드가 있는데, 개당 가격이 4만6000달러(약 5140만원)나 된다. 드물지만 버드스트라이크로 운항 자체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2009년 미국 뉴욕에서 US에어웨이 1549편이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고기는 이륙 직후 무게가 3.2~6.5㎏(수컷 기준)이나 나가는 캐나다거위 떼와 충돌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덩치가 큰 철새 떼와 부딪혀 엔진 두 개가 동시에 고장 난 아주 이례적인 경우”라며 “버드스트라이크가 안전운항에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버드스트라이크를 가장 많이 일으킨 새는 크기가 작은 참새였다. 이어 제비·황조롱이 순이었다(새 종류가 확인된 100건 기준).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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