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만의 전화총무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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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건강 때문에 유진오 총재가 조만간 정계를 떠나게 되리라는 관측과 함께 신민당의 내부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특히 71년의 대통령선거와 관련해서 신민당 주변에는 자천·타천의 대통령 후보이름이 멋대로 나돈다.
종래 약간의 간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유진산 부총재와 김영삼 총무간에 접촉이 잦다느니 범투위의 이철승씨가 신민당 간부들과 만나고 있다느니 하는 얘기도 정치적으로 채색되어 퍼지고 있는데 개헌처리 과정에서 조용했던 야당의 파벌대립이 점차로 고개를 드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비주류의 김세영·장준하씨등은 신민당의 지도층이 투표결과에 책임을져 사퇴해야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는데 23일 의원총회에서는 이런 당내문제로 적잖은 논란을 벌였다.
○…새자리에 옮겨 앉으리라는 소문이 나돌던 김형욱 전중앙정보부장과 이후락 전청와대비서실장은 『물러서는 엔 깨끗이 물러서는 것』이라고 당분간 야인으로 있을 뜻을 말했다.
두 사람은 자택으로 밀려드는 손님을 맞기에 바쁜데, 그들은 『개헌이 나라를 위한 것이지, 주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퇴진으로 증명했다』고 되풀이 하면서 이 퇴진은 지난해 12월15일 시내 모처에서 김성곤·백남억·길재호·김진만 의원까지 합쳐 여섯 사람이 맹약한 바에 따른 것이라는 뒷 얘기도 했다. 이씨는 23일 낮 그간의 과로를 씻기 위해 설악산으로 떠나고.
○…개헌안이 국회에 상정되던 때부터 40일동안 꽉 막혔던 여야의 통화가 23일 양당 원내총무의 전화로 트였다. 인사로 시작된 두 총무의 통화에서 김택수 공화당 총무는 『어떻든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 아니냐. 호랑이를 잡으려면 굴 속에 들어와야지 밖에서야 되겠는냐고 국회출석을 권유했다것.
이에 대해 김영삼 신민당 총무는 『국민투표를 그렇게해 놓고도 신민당이 홀홀히 국회에 나갈 것으로 생각하느냐. 아무튼 우리도 호랑이를 잡을 결심은 서있다.』고 응수.
그래도 오랜만의 이 전화회담은 『날짜를 내주초로 잡아 여야총무회담을 열기로』얘기가 되었다고.
○…국민투표가 끝나자 공화당은 비상체제를 평시체제로 환원했지만 당사무국은 아직도 눈코뜰새가 없다.
조직부는 각 지구투표구별, 승패요인 분석을 위해 직원을 지방에 보내고 의전부는 투표운동기간중의 양당유설 내용, 반응, 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자료제출을 각 지구당에 지시했는가 하면 훈련부는 『사랑방 설득』에 참여한 기간당원의 교육성과를 분석하고 있다.
문창탁 사무차장은 『다른 곳같으면 지금쯤 축제 「무드」에 젖었을 텐데….압승의 공을 세우고도 물러나랴 결과분석하랴, 모두 바쁘니 정치에는 간단이 없는 모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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