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ICT 만나니 … 누워서 진료·병원비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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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황희 의료정보센터장이 태블릿PC로 진료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종합병원을 가본 사람이라면 안다. 전문 용어 일색인 의사들의 설명이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어렵고 간호사는 언제나 바쁘다. 게다가 병원 내부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서류 하나 떼자고 해도 수십 분은 기다리기 일쑤다. 그런데 앞으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가면 이런 불편함은 경험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SK텔레콤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이 병원의 노하우가 결합한 ‘스마트 병원 솔루션’이 지난 5월 도입된 덕이다. 그래서 병원이 얼마나 ‘똑똑해’졌는지 이달 초 직접 찾아가 경험해 봤다.

 먼저, 외래환자용 서비스인 ‘페이션트 가이드(Patient Guide)’.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 분당서울대병원 전용 앱인 ‘베스트 가이드’를 설치했다. 담당 의사가 누구인지부터 필요한 검사와 수납까지 오늘 해야 할 일이 순서대로 나왔다. 진료과목을 누르자 주치의 진료실의 위치가 접수처에서부터 3D 지도로 안내됐다. 내비게이션 기능을 켜고 걷자 그 방향대로 빨간 점이 움직이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육태선 SK텔레콤 신사업추진단장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해 오차 5m 내로 정확한 위치를 안내한다”고 말했다. 이 병원의 황희 의료정보센터장은 “병원에 처음 오면 동서남북도 분간이 안 가는데 여기저기 가라는 곳은 많다”며 “게다가 1-2-3-4의 순서로 가야 하는데 중간에 하나라도 빼먹었다간 한번 왔던 길을 몇 번이나 되돌아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입원환자를 위해서는 ‘베드사이드 스테이션(Bedside Station)’ 서비스가 마련됐다. 침상 근처에 설치된 태블릿 PC로 모든 병원 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입원 수속을 마친 환자는 손목에 무선인식(RFID) 기능이 내장된 팔찌를 착용하는데 2인실에 가서 태블릿에 팔찌를 가져다 대면 일치할 경우 환자 본인에게 맞는 정보 화면이 뜬다.

 태블릿에는 주치의 회진 시간은 언제인지, 언제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간호사가 언제 와서 주사를 놓을지 등 오늘의 일정이 시간대별로 정리돼 있었다. ‘오늘 ○○ 검사를 하자’는 의사 말에 하루 종일 병실에서 꼼짝 않고 ‘언제 검사하나’ 하고 기다리는 일도 크게 줄어든다. 이전에는 병원에서 한 움큼의 약을 주더라도 그냥 몸에 좋은가 보다 하고 먹어야 했다. 궁금하지만 의사 얼굴은 하루 1분 볼까 말까고, 바빠 보이는 간호사에게 물어볼 엄두를 미처 못 냈다. 태블릿 화면에서 오늘의 약을 클릭하면 약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사진과 함께 나왔다.

 병실 청소 및 식단 변경도 태블릿을 통해 침대에 누워서 가능했다. 시트 교체 요청을 누르면 알아서 교체를 해 준다. 병원 밥 역시 환자마다 좋아하는 반찬 위주로 내일의 식단을 고를 수 있다. 특히 누구나 궁금하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는 게 병원비다. 퇴원 수속을 위해 원무과를 찾을 때까지 ‘얼마나 많이 나올까’ 마음 졸여야 한다. 태블릿의 병원비 항목을 클릭하면, 최근까지의 병원비 합계와 함께 세부 항목별 금액을 알 수 있다.

 서비스 도입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이 병원 의료정보센터 이기혁 교수는 “어린아이들은 잘 때도 태블릿을 꼭 껴안고 잘 정도”라며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6인실이나 독립성이 보장되는 1인실에 비해 만족도가 낮았던 2인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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