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따뜻해야 성장판 자극 … '주열치료' 키 쑥쑥 크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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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한약재 냄새가 친근했다.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한약방을 하셨다. 아버지는 한의사 시험이 막 생기기 시작한 1950년대, 40번째로 한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미술을 좋아했던 그도 결국 할아버지·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의학도의 길에 들어섰다. 그의 집안에는 유독 한의학과 연관된 사람이 많다. 처남·처형·조카들이 한의사다. 모두 15명이 넘으니 한방병원을 차릴 만도 하다. 강남 영동한의원 신영경(61·사진) 원장의 얘기다.

신 원장은 김남선 원장과 함께 어린이성장에 특화된 한의원을 운영 중이다. 김 원장은 알레르기 비염, 신 원장은 아토피 피부염을 특화했다. 큰 키에 대한 욕구와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날이 어린이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방학 시즌에는 평소보다 2~3배 환자가 증가한다. 신 원장은 “성장이 더딘 어린이는 여름방학이 치료 최적기”라며 “학교 다닐 때는 학업 때문에 바쁘고, 스트레스도 심해 치료 효과가 극대화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 원장이 강조하는 어린이 성장 비법은 무엇일까. 일반적인 병원이 키를 늘리는 방법에 몰두하는 반면 영동한의원에서는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제거하는 방법을 택한다. 성장을 더디게 하는 근본 원인을 치료해 키를 크게 하는 원리다.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아토피·비염·천식 등이다. 신 원장은 “간혹 알레르기 질환과 키가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다. 하지만 이런 질환을 개선하면 일거양득으로 키가 크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성장호르몬이다. 하루 분비량의 90%가 밤 10시~새벽 2시에 분비된다. 이 시간에 숙면을 취해야 성장호르몬 분비가 촉진된다. 신 원장은 “대다수의 아토피 어린이는 피부가 간지럽고 따가워 잠을 설친다. 비염 환자는 입 호흡을 해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아토피와 같은 면역질환은 몸이 차가워져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한방에서는 이를 ‘수독(水毒)’으로 설명한다. 신 원장은 “수독이 쌓여 몸이 냉하면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하는 동시에 성장판 연골의 분열이 저하된다. 적당한 열이 가해져야 성장판 세포가 활발하게 분열해 키가 큰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토피·비염·천식 등의 알레르기 질환과 성장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게 신 원장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신 원장은 주열치료를 시행한다. 할아버지 때부터 치료하던 방식이다. 65도 정도의 열을 이용해 성장판을 자극한다. 피부 깊숙이 전달된 열이 혈액순환을 촉진해 성장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킨다. 신 원장은 “한방의 뜸과 마사지, 경락의 원리를 더한 치료법”이라며 “뇌하수체부터 꼬리뼈까지 성장판 부위를 문질러 자극한다”고 말했다. 열이 있는 아토피 피부 표면에 ‘이열치열’로 열을 가함으로써 해독 효과를 얻는다.

한약으로는 체내 수독을 제거한다. 녹용이 주된 재료다. 신 원장은 “녹용은 면역력 증진, 피부 재생, 항염증, 가려움증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 기존의 보증익기탕에 녹용을 더하면 아토피 어린이에게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보증익기탕의 황기·인삼·신이화(목련 꽃봉오리) 등은 폐와 비위를 중심으로 기운을 보강해 면역력을 강화한다.

부모에게는 ‘아토피 일기’를 쓰도록 한다. 아이가 먹은 음식, 갔던 장소, 처치와 그에 따른 증상을 일일이 기록해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다. 그는 “아토피는 밤마다 가렵고 고통스러운 질환이다. 부모가 귀찮아하거나 화부터 내면 절대 완치할 수 없다”며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매우 돈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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